작년 아동학대 2만 2157건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져 / 보육·교육교사에 의한 학대는 1년새 50% 이상 늘어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가정 밖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가 크게 늘고 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여전히 가정에서 이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보육·교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학부모와 교사 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는 2016년 아동학대 112신고 코드 신설 이후 3년간 3만 2178건에 이르고 이 중 8707건이 검거됐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6년 1만 830건에서 2017년 1만 2619건으로 16.5% 증가했고 아동학대 검거 건수 역시 같은 기간 2992건에서 3320건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8729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고 2395건에 대한 검거가 이뤄졌다.
특히 보육·교육 시설에서 이뤄지는 아동학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만 8573건이던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에 의한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해 2만 2157건으로 19.3% 늘었고 같은 기간 교원이나 보육교사 등 가족이 아닌 가해자에 의한 아 학대는 2487건에서 3794건으로 52.6%나 급증했다.
가정뿐만 아니라 보육·교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 문제가 심화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걱정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가정 내에선 상상도 못한 아동학대가 시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사회적 공분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불안한 부모들은 소형 녹음기를 구입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 인터넷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소형 녹음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녹음기는 같은 반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CCTV 열람 절차와 달리 부모가 손쉽게 녹음된 음성을 확인해 학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사이트에선 ‘유치원·어린이집 녹음기’ 코너가 있을 정도고 해당 코너에선 목걸이형부터 녹음기처럼 보이지 않는 USB 형태 등 다양한 소형 녹음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5세와 7세 아들을 키우는 주부 김모(35·대전 유성구 반석동) 씨는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드는 게 사실”이라며 “학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의심된다고 무작정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어 아이에게 녹음기라도 쥐여 보낼 생각을 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의 입장도 난감하다. 시설 아동학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어린이집·유치원 전체가 아동학대 집단의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는 점에서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 교사 유 모(29·여) 씨는 “부모와 교사간 불신만 키우는 방향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묵묵히 아이를 돌보는 대다수의 교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 한 아동보호센터 관계자는 “CCTV나 녹음기가 아동학대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부모-교사간 신뢰의 기반에서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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