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명예교수

특별히 한반도에서는 어떠한 전쟁도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시고, 실제로 평화의 한반도가 될 수 있도록 분주하고 깊이 있는 활동을 하시는 것을 크게 기뻐하며 응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측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믿었던 북·미 양 정상을 만나시면서 신뢰를 쌓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이루신 것을 아주 기뻐합니다. 상당한 부분 첩첩이 쌓인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생각하고 바라는 것처럼 빨리 이루어질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차근히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이미 넘어서 매우 희망찬 지역까지 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나갈 때 무척 많은 분들이 함께 할 것이라 믿습니다. 누가 무어라 말하여도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위하여 힘쓰고 노력하는 데는 어떤 정파나 이해득실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음을 다 아실 것이며, 그래서 몹시 답답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대통령이라면 답답해하는 것으로 끝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외교문제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과 상황변화는 매우 크게 놀랄 만큼 진전된 것이라고 누구나 다 인정하고 말할 것입니다. 설령 적대관계나 다른 입장을 가진 분들이라고 할지라도 양심의 소리에 따른다면 그렇게 판단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속의 소리와는 달리, 역사가 이끌고 명령하는 것과는 달리, 겉에 보이는 이해득실관계에 따른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 겉에 있는 이해득실을 따르는 그 소리가 곧 정책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여야의 정치가들은 그 때 그 때 풍향에 따라서 자신의 행동과 말을 수도 없이 바꾸고 또 바꾸는 것을 일상으로 보고 경험합니다. 한 해 밖에 닥쳐올 선거에서 이길 것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에게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진리일 것입니다. 이 때 원칙과 철학과 상식을 가지고 국정을 이끄시는 대통령의 맘이 매우 답답하시리라 믿습니다.

여기에서 염려하고 말씀드리려는 내용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방향과 결심을 가지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시민의 눈에는 아직 그 부분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최고봉에 오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올라가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것이 아주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아주 잘하면 현상을 유지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계속하여 하강곡선을 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잘하려는 노력을 아주 치열하게 하는 모습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와 반대로,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경우는 더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조금만 잘하여도 올라가는 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잘한다는 것은 곧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이 되지 않게 방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그 일은 야당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성공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여야가 함께 사는 길을 택하는 것이 곧 시민 전체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은 대통령이 하시려는 일을 여당이 최대한으로 밀고 나가고, 야당은 합당하게 합의하여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 결과는 대통령께 돌아갈 것입니다.

여소야대의 현실은 이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무리 심판을 받은 야당이라고 할지라도 다음 선거 때까지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일을 하려면 그들의 협조가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불을 보듯이 분명합니다. 그것을 누구보다 더 대통령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대통령이나 여당 측은 여소야대의 국면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물밑에서 열심히 하시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공개하여 노력하고 힘쓰는 것이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일 과제로 야당을 수없이 만나서 설득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번 초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압니다. 협박과 회유와 매수를 통하여 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시대가 용납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께서 하실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김정은과 트럼프를 만나는 정성만큼, 반대하는 야당의 대표, 의원들 모두를 공개하여 만나시기 바랍니다. 중요한 의제를 두고 공개하여 초청하시고, 공개하여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그냥 일반 정치가라면 밉거나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더욱이 여소야대 시절의 대통령은 끊임없이 야당을 만나야 할 것입니다. 몇 번 거절을 당하는 수모를 겪더라도 또 만나려고 노력하시면 좋겠습니다. 야당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설득하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억지를 부리고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개혁하려는 법들이나 정책들, 헌법개정, 적폐청산 따위의 일이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외국의 정상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정성만큼 야당을 만나서 직접 지극정성으로 설득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일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빠를수록 좋다고 봅니다. 그렇게 될 때 남북문제도 풀리고, 북미문제도 풀릴 것이라 믿습니다. 좋은 흐름이 자기 나라에서 합일되지 않을 때 어떻게 다른 나라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붙겠습니까?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