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라돈측정기 대여 서비스
대여 신청 예상 밖 계속 밀려
시 차원 대대적 지원 필요 제기

#. 대전 서구에 사는 40대 주부 고 모 씨는 침대 매트리스 등 최근 연이은 생활 속 방사능 노출 사태에 불안감을 갖고 서구청에 라돈 측정기 대여를 문의했다. 대여 가능한 측정기가 한정된 탓에 대기 인원이 많아 한 달 가까이 기다린 끝에 고 씨는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집안 내부 라돈을 측정할 수 있었다. 고 씨는 결과를 보고 크게 놀랐다. 가족들이 오랜 기간 사용한 의료용 매트에서 측정기의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라돈 측정기는 환경부 실내공기 질 기준치인 148베크렐(Bq/㎥) 또는 4피코큐리(pci/L)를 초과할 경우 경고음이 울린다. 4 피코큐리는 1년간 엑스레이를 50번 찍을 때 인체에 노출되는 방사능과 같은 수준이다. 1시간 이상 측정한 결과 음이온이 생성된다는 의료용 매트에서 20피코큐리(pci/L)이상이 측정됐다. 측정 결과 고 씨는 라돈 방출이 의심되는 생활용품을 3개나 사용하고 있었다. 고 씨는 라돈 의심 제품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신고한 상태다. 고 씨는 “음이온이 나온다고 해서 믿었는데 방사능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당황스럽다. 건강을 위해 구입한 제품이 건강을 해치는 제품이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허탈해했다.

지난 5월 대진침대 사태를 계기로 방사능 공포가 생활용품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라돈에 대한 시민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불안감을 해소할 자구책이 없어 라돈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대전 서구는 이 같은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21일 구에 따르면 지난 9월 18대의 간이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대여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하루에도 수 십 통의 신청전화가 줄을 이으면서 1박 2일의 짧은 대여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기자가 수 백명에 달한다. 이날 현재 신청인원은 759명에 달했는데 대여 완료 인원은 262명에 불과하다. 한 달에 500명꼴로 대기가 밀려 내년 1월까지는 대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인근 지자체 주민들까지 간이 라돈 측정기를 빌리기 위해 몰리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여 서비스로 검사를 마친 주민 중 일부는 권고기준인 4피코큐리 보다 5배 이상 높이 검출된 사례도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도 침구류 등 생활용품에서 권고기준을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신고전화가 200여 건이나 접수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용 마스크와 침구 등 3개 제품에 수거 명령을 내린데 이어 일부 온수매트 제품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구는 이 같은 폭발적인 관심을 반영해 최근 라돈 측정기를 추가로 구입해 주민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측정기를 대여할 수 있도록 주민센터에 비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구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전 타 자치구들도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측정치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고 예산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현재 계획 중인 보유 대수는 5~10대 내외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역민이 갖고 있는 불안감의 크기를 감안하면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인 이 모(45) 씨는 “시민 안전을 걱정한다면 라돈 측정기 대여 서비스를 더 확산해야 한다”며 “구 차원이 아니라 시가 라돈 측정기

대여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라돈 사태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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