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음악극 시리즈2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오지희 음악평론가

 

음악극이 진화하고 있다. 2018 하반기 대전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한 모차르트 음악극시리즈2 신데렐라가 그 주인공이다. 클래식음악 확대를 위해 시도된 이 음악극은 모차르트 음악이 지닌 다양성을 발판으로 춤과 연기, 노래가 결합한 새로운 음악극 형식이다. 작년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과 가장 차별화된 영역은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극 신데렐라는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모차르트 음악을 극 구성에 맞게 편곡, 수정해 전체 이야기 구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었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갖는 분위기는 겹겹이 중첩된 파스텔 톤 무대배경 뒤로 발레와 현대무용이 환상적으로 결합된 한 편의 동화 이미지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매개로 왕자와 맺어지는 전통적인 내용이 아닌 불행 속에 매몰되지 않고 성장하는 내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데렐라의 주체적 자각은 발을 쾅 구르며 당당히 의사를 표현한 동작을 모티브로 적극적으로 춤을 추며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로 선명하게 표출된다. 신데렐라와 왕자로 분한 김민진과 안남근의 섬세한 표현력은 열정적인 춤사위로 이어졌고 전체 군무는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연출가 임선경은 마법의 요정세계와 척박한 현실을 절묘하게 배합해 두 세계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고, 관객은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환상과 현실의 연속적인 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한 여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기존 오케스트라 대신 무대에 선 현악사중주와 피아노는 뛰어난 역량으로 전체 극을 끌고 가는 견인차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간간히 들을 수 있었던 트럼펫과 클래식기타, 라틴 퍼커션 음색은 무대를 지루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부각시킨 요소였다. 이들이 보여준 효과는 아무리 음악 외의 요소들이 뛰어나도 역시 음악극의 본질은 음악임을 인식시켜 주었다는 데 있다. 예컨대 모차르트 음악은 신데렐라 구조상 꼭 필요한 부분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한 번 연주된 곡도 여러 번 강조되는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역동적이면서 경쾌한 울림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순간과 극을 전환하는 엔딩장면에서 결정적인 음악으로 등장한다. 또한 익히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 외에도 간결하고 아름다운 모차르트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다. 이러한 노래는 한국어 가사로 내용을 수정해 중요한 장면에서 극의 향방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단지 뮤지컬과 같이 마이크를 달고 노래하는 가수들은 발성과 에코 울림을 잘 조율해야 다른 음악적인 요소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악기들도 자연음향이 아닌 마이크를 사용하기에 좀 더 자연스러운 울림을 얻기 위한 균형잡힌 음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모차르트 음악극 신데렐라는 음악, 무대장치, , 연기, 이 모든 요소가 음악극 퍼즐의 한 조각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 모두를 선사할 수 있었다. 아직은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개성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는 데엔 차별화된 음악구성이 절대적이었다. 작곡가 최우정은 모차르트 음악을 독창적으로 편곡해 음악극을 생동감있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신데렐라는 솜씨있게 조율된 모차르트 음악이 심리묘사에 탁월한 임선경 연출가의 극과 결합해 새로운 음악형식으로 탄생했고 이는 곧 클래식음악의 외연확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모델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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