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28일 홈서 광주와 준플레이오프] 중원사령관 황인범 각오

"나 아닌 대전 위해 최선 다할 것”
중원 사령관 어깨 위에 놓인 운명
비겨도 진출 유리하지만 방심은 금물 
K리그1서 팬과 다시 만나 즐길 것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금메달은 그에게 꿈으로 가는 문을 열어줬다. 유성중, 충남기계공고를 거쳐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이라는 둥지 안에서 그는 어엿한 국가대표팀 붙박이로 성장했다. 그리고 오늘 스스로의 축구인생에 있어서 오래도록 기억될 운명의 한판이자 3년 전 대전이 맛봤던 쓰린 아픔을 도약의 발판으로 돌려세울 기회가 녹아든 그라운드에 들어선다. 대전의 든든한 중원사령관,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22)의 얘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연말 마지막 A매치가 모두 끝났다. 호주에서 치러진 두 번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지난 17일 호주와 1대1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에선 오랜만에 골 폭죽을 터뜨리며 4대0 대승을 거두면서 2018년의 끝을 유종의 미로 장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향후 국가대표팀의 중원을 호령할 걸출한 재목으로 평가받는 황인범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기에 자만하지 않는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그 여정이 고될 것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다.

황인범은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주는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막중하고 대표팀에는 나보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다”며 “지금의 관심에 안주하지 않고 내가 서있는 위치에서 더 열심히 헌신하고 희생할 생각”이라고 겸손해했다.

올해 대표팀의 경기는 끝났지만 그에겐 아직 숨 돌릴 여유가 없다. 고향 대전의 운명이 걸린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대전이 K리그1에서 강등되는 아픔을 겪은 뒤 3년 만에 마주한 승격의 기로 앞에서 그는 말 그대로 모든 걸 걸고 뛸 생각이다. 황인범은 “선수들과 하나가 돼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그간 해온 선수들의 노력이,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헛되지 않도록 준비 잘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러모로 상황은 대전에 조금은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단판 승부로 펼쳐지는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리그 순위상 앞서 있는 대전이 플레이오프로 진출할 수 있고 무엇보다 광주의 핵심전력으로 평가받는 나상호가 경고누적으로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상태다.

황인범은 물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대전 선수들이 자만은 않되, 자신감을 갖고 승격을 위한 총력전을 준비하는 이유다.

황인범은 “광주와 대전은 플레이가 서로 비슷한 팀이긴 하나 우리가 보다 세밀한 부분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며 “나상호의 결장이 분명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곤 할 수 없지만 광주에도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자만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격 가능성을 수치로 얘기하긴 애매하긴 해도 정규리그 후 통영 전지훈련 등을 진행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고 지금의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내년엔 팬들을 K리그1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인범의 꿈은 유럽의 큰 무대에서,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최근 그의 활약을 놓고 유럽 진출 가능성을 점치곤 하나 황인범에게 지금은 대전의 승격이 우선이다. 그에게 대전은 꿈과 청춘, 희망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운명을 좌우할 광주FC와의 경기는 28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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