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사상 일상에서 풀어내 , 시를 통해 성찰하기도

 

내 음성이 너무 퉁명스럽다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먼저 나타난 고운 소리가 밟고 가는 세대란다
또다시 떨어져 깨어지는 은접시가 된 거야
갈라지고 금이 간 항아리가 된 세상
모든 손길이 놓친 깨어진 삶이 모여 있다
완치되어 가는 시간 밖에서 잠적해버린 목소리
깨어진 물건 속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 깨어진 그릇 中
 

 

 축복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함께한다. 듣는 사람도 말하는 이에게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별의 축복결혼’(문경 출판사)에서 축복은 빈명숙 시인이 보고 느낀 것과 맞물려 단편적인 부분에서만이 아닌 각양각색의 감정을 적용해 다양한 현상 속에서 빚어진다.
빈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별의 축복결혼’을 펴냈다.

그의 시는 축복을 바탕으로 생명존중사상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사람과 환경, 동물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심도 깊게 그려내고 그 속에서 생긴 사람들의 무관심함과 이기적인 마음을 솔직하고 독특하게 표현한다. 그는 이기적인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욕심이 깨끗하고 순수한 것들을 침범하고 파괴하는 모습을 안타까움으로 나타냈다.

이런 현상을 시에 그려 넣으며 자신을 성찰하기도 했는데 빈 시인 스스로를 ‘깨어진 그릇’이라고 묘사하면서 자신의 모습처럼 갈라지고 금이 가버린 세상도 함께 통찰한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시인이 지내고 있는 지역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대전 곳곳의 지명을 활용, 현장감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 시인은 젊은이들의 낙원이라고 칭한 으능정이 거리에서 만나고픈 누군가를 그려본다.

시집 ‘별의 축복결혼’은 1부 축복의 자유, 2부 축복의 공기, 3부 축복의 산소, 4부 축복의 물, 5부 고양이를 추억함 모두 4부로 구성돼 모두 63편의 시를 담고 있다.

빈 시인은 지난 1993년 ‘문예한국’로 등단해 6권의 시집을 펴내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대전한글발전유공자상, 대전펜문학상, 대전시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대전동구여성연합, 옥천가정폭력상담소장, 대전여성문학회장, 심정문학 부회장, 대전펜사무국장으로 지내오다. 현재 국제펜한국본부 대전시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빈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히 화두로 내세운 것은 생명존중사상이다”며 “나의 생이 글 쓰는 것과 정신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왔기에 돈과 물질에 가치를 두지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서로 원리에 어긋난다고 상처를 주고받았다. 이번 시집을 통해 자아반성을 바탕으로 성숙한 보다 나은 글이 탄생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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