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결제시스템 등 무인화 바람 확산
“임금 아끼겠다”…가족 경영자 늘어

최저임금제는 사용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토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역대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인 올해 최저임금 인상(16.4%)은 이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커진 탓에 사용자들이 근로자 수를 줄이면서 그 빈자리를 무인기기가 채우는 등 다양한 대처 수단들이 생겨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업종은 도·소매, 음식·숙박, 사업시설관리 등 3대 업종이다. 모두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해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평가받는 업종들이다. 도·소매업종 취업자는 369만 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 명 줄었고 음식·숙박업종 취업자는 218만 9000명으로 9만 7000명 줄었다. 사업시설관리 업종 취업자는 128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 명 줄었다. 이 3개 업종을 합쳐 일자리가 29만개 사라진 것이다.

이에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인 매장까지 인력 감축을 위한 무인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무인기기 도입과 무인 매장 설치 등으로 일자리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와 같은 패스트푸드점 한 편에 자리한 여러대의 키오스크를 통해 계산을 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대형마트 등에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한 결제 역시 이에 속한다. 대형매장뿐 아니라 편의점, PC방, 카페, 공부방, 풋살장 등 개인 매장에서도 분야를 막론하고 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전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이 유통가의 풍경을 확 달라지게 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었다”며 “결국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오르면 ‘서민지갑빵빵론’인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했던 정부의 정책이 되레 일자리 감소라는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대처방안으로 1인 또는 가족경영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52)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면서 버텨봤지만 줄어든 인력으로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를 하다보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결국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현재는 아내와 딸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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