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옛 성인이나 현자들의 화술에는 상대를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세상을 바꾸는 촌철살인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고전 속 성현들의 화술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화술의 지혜를 배워보기로 한다.

“스승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감히 먼저 죽겠습니까?”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얘기다. 공자에게는 자신의 후계자로 삼을 만큼 뛰어난 제자 ‘안연’이 있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진나라로 가는 길에 ‘광’이라는 지역에서 폭도들을 만나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폭도들은 공자를 자기들에게 횡포한 짓을 한 ‘양호’라고 오인을 하고 공자 일행에게 공격을 가한 것이다. 뜻밖에 환난을 당한 공자 일행은 환난을 피하기 위해 흩어졌다가 다행히 공자가 양호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환난이 진정되어 다시 모였다. 그런데 다른 제자들은 다 모였는데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안연’이 나타나지 않자 공자는 안절부절못하였다. 얼마 후 나타난 안연을 보고 공자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그러자 안연은 "스승님이 계신데 어찌 제가 감히 먼저 죽겠습니까?"라고 답하였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안연의 화술이다. 스승인 공자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네가 죽은 줄만 알았다’하고 탄식을 하니까 안연이 ‘스승님을 두고 어찌 제가 먼저 죽겠습니까?’라고 화답하였다. 안연은 스승의 지극한 사랑의 마음에 걸맞게 진심어린 화답을 함이라 하겠다. 그렇다. 상대와 대화를 할 때는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전달하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상대의 생각이나 마음을 읽어서 그에 걸맞은 화술을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 이야기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어느 날 스승인 공자께 물었다. "선생님,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더 현명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좀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구나." 이에 자공이 다시 반문하였다. "그렇다면 선생님, 자장이 더 나은 것 아닙니까?" 그러자 공자께서는 "아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라."라고 답하였다. 여기에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뜻을 다시 새겨보기로 한다. 지나침이나 모자람 모두 중도(中道)를 잃은 것으로서 좋은 것이 아니나 모자람보다는 지나침이 더 나쁜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하겠다. 화분의 꽃도 물을 적게 주어서 시든 꽃은 살릴 수 있지만 많이 주어서 시든 꽃은 살릴 수 없는 것이다. 욕심이 적어서 화를 당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욕심이 많아서 화를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유불급은 동서고금의 불변진리라 할 수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논리의 화술, 얼마나 단순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논리의 화술인가. 이처럼 공자가 제자에게 과유불급의 진리를 설파한 화술은 어려운 논리의 화술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 논리의 화술이었음을 엿보게 된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말이나 글은 어렵고 복잡한 논리의 화술이나 문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쉬우면서도 단순한 논리의 화술이나 문장력에 있다 하겠다.

"큰 나라에는 큰 사람, 작은 나라에게는 작은 사람을 보내지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뜻의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에 나오는 얘기다. 춘추시대 말 초나라의 영왕이 제나라에 명재상으로 소문난 안영을 초청했다. 안영의 높은 명성을 듣고 그를 한번 시험해 보려한 것이다. 영왕이 안영에게 말했다. "제나라에는 그리도 인재가 없소? 어찌 경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내니 말이요." 키가 작고 외모가 볼품이 없는 안영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하게 답하였다. "저희나라에선 사신을 선발할 때 상대나라에 맞도록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엔 작은 사람을,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지요." 이 말을 들은 영왕은 얼굴색이 붉게 변하였다. 공연한 말로 기를 꺾으려다가 오히려 자기가 당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 상대방과 담판을 할 때는 안영처럼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화술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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