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일=일을 하는 중 휴대전화가 울린다.

“소주마실 때 왜 슬픈지 알아? ‘짠’하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

다른 회사 선배의 실없는 농담이다. 가뜩이나 월요일이라 짜증나는데 말도 안 되는 아재개그를 들으니 이번 주 자체가 안 좋을 것 같다. 그냥 욕 한 번 시원하게 날리고 평생 안볼까 싶었다. 그래도 후배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이런 것에 이성의 끈을 놓지 말고 같이 웃어줘야 한다.

“어쩐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되면 엄청 붓더라고요. 슬퍼져서 울어서 그런가…”

다행히 선배가 나의 속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정석대로 대응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면대면이었으면 분명히 혼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얘기에 제대로 리액션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오늘 비도 온다는데 같이 슬퍼져볼까?”

“그러시죠. 선배. 어디서 뵐까요?”

정말 싫다. 그러나 이 바닥에서 계속 사회생활을 하려면 선배들과는 두루두루 친해져야 한다. 주말에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간은 충분히 회복됐겠지.

“나는 이래서 너가 좋아. 리액션좋아, 선배 말이면 NO도 없으니. 오늘 내 친구가 갈비집 오픈했는데 거기 가자. 내가 살게.”

진짜 살지 안 살지 모르지만 어쨌든 공짜 저녁을 먹게 생겼다. 언젠간 선배한테 한소리 해야겠다. 오늘 저녁부터 얻어먹고 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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