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충남 덕산에서 제1회 충남도서관인의 날 행사에 참가하여 필명이 '채사장'(채게바라 ‘채‘+자본주의 꽃 ‘사장‘)인 저자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2014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발간하고 강연을 함께 하면서 아이튠스 팟캐스트 1위로 뽑힌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는 나도 내 친구들도 같이 읽고 얘기 나눈 적 있는 '지대넓얕'의 저자로 그 행사를 기다려 왔던 터라 강연하기 전에 두 권의 책을 읽고 사인도 받으려고 작정하고 갔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와 가끔씩 언어의 공백이 강연을 더 집중하게 했는데, 매력 넘치는 말투가 짧게 주어진 시간을 더 짧게 느껴지게 만들어버렸다.

태어나 자라고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키우고 반백년을 살아버렸지만 나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신기하고 재밌고 어렵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이 궁금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책 뒷면에 쓰여 있는 내용 때문에 마음이 끌렸는데,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그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물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것이다. 적막 속에 던져질 것이며, 혼자의 힘으로 현실의 횡포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세상은 녹록지 않고, 내 마음 같은 걸 신경 써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게 사회는 우리를 다그칠 것이다. 대중으로 남아 있으라. (중략)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대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손을 잡고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기억이 우리를 보호할 테니까. 우리는 거울 속의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책은 나와 타인의 관계를 다루는 ‘타인’, 나와 세계의 관계를 다루는 ‘세계’, 관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들을 다루는 ‘도구’, 죽음을 다루는 ‘의미’,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 아래 타인(별, 관계, 이별, 연애, 흔적), 세계(인생, 노력, 시간), 도구(통증, 이야기, 믿음, 진리, 현실, 언어), 의미(꿈, 죽음, 노화, 환생, 영원), 의식 등 40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강연에서도 니체의 영원회귀의 개념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만남과 헤어짐 등의 관계에 일회적 우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함의 생의 반복으로 이해한다면, 오늘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새롭게 보일 것이고, 그 순간을 더 느끼고 즐기게 된다는 것.

문장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서 읽어나가는 시간은 짧았지만 읽고 난 후에 떠올리고 되새기고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이야기하고…. 그리고 또 떠올리고, 되새기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아마도 당분간 그러할 것이다. 박찬희(공주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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