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지원보단 양육여건
내년 출산장려금 250만 원

#. 내년 결혼을 앞둔 직장인 A 씨(36·서구 용문동)는 예비신부와 2세 계획을 끝마쳤다. 그들이 낸 결론은 ‘0’명이다. 그들이 이같은 결론을 내린 이유는 우선 돈이다. A 씨는 “맞벌이를 통해 버는 돈으로 둘이 사는 데는 충분할 수 있지만 아이가 하나, 둘 늘어나면 버거워질 것 같다”며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간동안은 한 사람의 몫이 줄어들 것이고 아이가 어느 정도 큰 뒤 다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이 0명인 시대,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내년 10월부터 신생아 1명당 25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대전에서 태어난 아이는 7200명이다. 1년 전보다 15.3% 줄어든 것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9명 줄었다. 이 역시 전국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저출산 문제는 비단 대전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34개월 연속 감소세다. 합계출산율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저출산이 갈수록 심각해져감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통해 내년 10월부터 산모에게 신생아 1명당 25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일시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찮다. 250만 원이라는 금액은 두 달 정도 양육비에 불과한 수준으로 아이를 낳겠다는 결정을 내리기엔 부족하다는 거다. 출산장려금 지원보다 주거비 경감 혹은 일·가정 양립에 대한 정책이 보다 실효성이 높다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A 씨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아이방을 마련해주기 위해 집을 옮기거나 학원에 보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 아이를 출산한 엄마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당당히 돌아갈 일자리도, 부모가 일하는 시간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맞길 수 있는 시설도 필요하다”면서 “단순한 지원금 얼마보다는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방법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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