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두 정원 미달, 기피과 심해/수도권 쏠림현상 완화 고민 필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려있는 의료인력 양극화 현상에 대전도 의료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 내 대학병원 모두 올해 전공의 모집을 마쳤지만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로 알려진 과는 1명도 지원하지 않은 곳도 있어 의료인력 수급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의 4개 대학병원인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건양대병원은 최근 레지던트(전공의) 모집을 마쳤다.

2019년 신규 전공의 모집 결과, 사정이 그나마 나은 충남대병원도 총 52명 지원에 51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을지대병원도 31명 모집에 21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건양대병원은 27명 정원에 26명이 지원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의 경우 총 정원제로 서울 가톨릭대학교 중앙의료원(CMC)에서 한 번에 뽑아 전국 가톨릭병원으로 순환근무를 하는 시스템인데 대전으로 정해진 정원은 따로 없었으나 성모병원 역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별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일부 과는 정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피과의 경우 수년째 지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충남대병원 외과, 산부인과에는 3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고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의학과는 1명 모집에 지원자가 없었다. 을지대병원도 소아청소년과, 비뇨기과,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로 알려진 과에는 1명도 지원하지 않았고, 그나마 내과 정도만 6명 모집에 4명이 지원, 체면치레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양대병원은 이날 ‘레지던트 모집 중부권 최고’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레지던트 모집을 96% 달성했다”고 밝히며 성과를 자축했다. 그동안 전공의 인력수급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점을 방증한다.

지역 의료계는 한 병원에서 ‘96% 지원 달성’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성적표는 지방의 의료인력 수급이 그만큼 어렵고, 수도권과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씁쓸해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일수록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해서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매년 의료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원 충족률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속화되고 있는 의료인력 양극화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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