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분야 등 매칭사업 비중 늘어
지자체 재정 부담도 그만큼 증가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지자체가 예산의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예산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의 예산 운용은 지속적으로 버거워진 탓이다. 특히 복지 분야 예산이 증액되면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국가보조 사업비(매칭 예산) 부담도 그만큼 늘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본예산 470조 5000억 원 가운데 복지 분야 예산은 162조 2000억 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12%나 증액했다. 전체 예산 가운데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4.5%로 역대 최고치다. 내년 지자체 매칭사업으로 진행되는 기초연금(9조 1000억 원→11조 5000억 원)과 아동수당(7000억 원→1조9000억 원) 등 예산이 올해보다 크게 늘었다. 대전시 예산도 정부와 비슷한 수준인 약 10%대에서 증액이 이뤄졌다. 올해 예산 5조 2459억 원보다 5071억 원(9.7%) 늘었다. 분야별로는 복지·보건분야 예산이 1조 8043억 원(38%)으로 전체 예산 중 가장 많다. 특히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사업비 증가 등에 따라 국가보조금과 지방교부세는 올해보다 3849억 원(23.1%)나 늘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만 5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자 예산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도 덩달아 복지 분야 세출이 늘게 됐다. 여기에 20만 원 수준이었던 기초연금이 지난 9월 1일부터 25만 원으로 인상됐고 65세 이상 장애인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가급여액도 8만 원 인상돼 기초연금액과 합쳐 월 33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 기초연금은 국비와 지방비 매칭 비율이 7대 3 정도이고 아동수당은 8대 2 등으로 지자체가 비용 일부를 떠안고 있다.

매칭사업비 부담 증가로 내년도 시 예산 규모는 늘었지만 재정자립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내년 시 재정자립도가 39.5%로 올해 42.8%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역단체의 경우 그마나 상황이 나은 편이다. 재정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의 경우 한 숨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관계자들은 정부 사업에 공동 분담해야 하는 매칭 예산이 지자체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고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해결책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재정분권이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전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지방재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비율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현재 오리무중인 상태 아니냐”며 “표면적으로 지자체 예산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답답해했다.

다른 자치구 예산담당자는 “지자체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매칭 예산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예산의 종속화에서 벗어나지 못 하면 지방자치는 껍데기 뿐이다. 올해부터 아동수당이 지급되면서 벌써부터 지방에선 내년도 사업을 걱정하는 기류가 뚜렷하다”고 우려섞어 말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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