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에는 옛날에 오관과라는 이름의 과가 있었다. 이름이 참 생소한 이름인데 오관은 눈, 코, 입, 귀, 피부 등 우리의 바깥쪽을 담당하는 기관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는 여러 개의 질환을 진료한다. 이중 피부질환은 항상 많은 편이고 눈, 코, 입, 귀 중 요즘 몇 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느는 질환은 바로 귀에 해당되는 질환들이다. 귀는 듣고 균형을 잡고 귀 내부의 압력을 코와 연계해 압력평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한다. 듣는 것에 문제가 생기면 특정 주파수나 또는 전 주파수에서 청력저하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질환에는 돌발성 난청이 있다.

균형 잡는 것에 문제가 생기면 배를 탄 것처럼 어질어질하고 울렁거리고 눈이 피로하고 손발에 힘이 풀리는 것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메니에르 증후군, 이석증, 전정신경염 등이 있다.

중이강의 압력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귀에 소리 전달과 압력조절에 영향을 줘 귀가 멍하고 갑갑하고 심하면 귀가 꽉 틀어 막힌 듯한 느낌이 지속되면서 큰 소리나 높은 소리에 귀가 아프거나 예민해진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는 이관장애에 의한 이관폐쇄증이 있다. 비행기나 등산, 잠수, 장시간의 이어폰 사용, 비염으로 인한 콧물 삼키기 등은 이 증상을 가중시킨다.

이렇게 귀로는 여러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질환들이 있을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증상이 이명이다. 그래서 이명은 사실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는 비중이 큰 증상에 더 가깝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2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원발적으로 생기기도 해 진료 시 병력청취를 심도 있게 하여 발생의 원인을 잘 감별하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의 진찰 시에는 문진표 작성 후 초진 진찰, 이명 검사와 귀 내시경 검사, 청력검사를 시행한 후 현재까지 치료내용 확인하고 감별진단의 순으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감별진단은 이명과 더불어 같이 오는 경향이 있는 청각과민, 이중청(소리가 2개로 나뉘어 들리는 것), 자성강청(본인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로 울려 들리는 것), 청력저하, 어지러움, 귀 갑갑함 등의 여러 증상의 유무를 살펴보고 이명의 단독증상인지 아니면 이관폐쇄나 돌발성 난청에 기인하는 부수증상의 하나인지를 잘 알라내야 한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질환의 증상으로의 이명인 경우는 선행되는 질환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실제로 진료 시에 이명으로 간단히 생각하고 내원하였다가 돌발성 난청이나 급성중이염이 진단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둘째, 단독으로 이명만 오는 경우로 두부 MRI상의 문제가 없는 전제조건하라면 보통 원인이 없는 이명으로 이해되기 쉬우나 진찰을 통해 환자의 체력저하나 심한 스트레스 또는 과거에 있었던 귀 질환이 노화로 의해 이명으로 진행되는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귀는 평소에 우리에게 많은 일을 해주지만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게 조용히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많은 체력, 에너지를 몸에서 공급받고 있다. 따라서 이명의 원인이 체력저하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환자진찰을 통하여 기허인 경우 ‘보중익기탕’, 혈허인 경우 ‘사물탕’ 또는 ‘귀비탕’을 처방하고 원기허약의 경우 ‘육미지황탕’을 투여한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는 아무 문제가 없는 귀에 이명을 일으킨다. 이런 경우에는 ‘가미소요산’, ‘온담탕’ 등의 약으로 귀 주변에 정체된 열을 풀어준다.

귀의 노화에 의한 이명의 경우 고막 진단 시 상당한 부분이 고막변성을 동반하는 환자분들이 많다. 중이염은 보통 미취학시기에 발생하여 환자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진만으로는 알아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고막 진단 상 변성이 심하면 중이염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이런 경우 귀의 기능이 동년배에 비해 떨어져 있고 이명도 동반되므로 귀 주변에 이문, 청궁, 청회, 예풍 등의 혈자리에 침치료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귀는 예민해 지기 쉬운 부위로 치료에 있어서 한약을 투약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로마를 이용한 귀 주위 마사지를 하거나 한약재증기 흡입, 예풍혈 뜸을 통해 안정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명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이명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이로 인해 수면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정확한 감별과 이를 통한 치료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오랜 기간 귀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정리=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도움말=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센터 정현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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