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영리병원 첫 허가'가 부른 의료민영화 괴담

국내 1호 영리법원으로 허가된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중국기업인 녹지그룹이 운영하게 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첫 영리법원을 허가하면서, 이것이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는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은 진료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1호 영리법원 허가라는 상징성 때문에 안팎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대한의사협회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6일 제주도를 항의 방문해 원 지사와 접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일단 첫 영리병원 허가가 났기 때문에 향후 진료대상이 내국인으로 확대되거나, 진료영역도 미용과 검진 목적에서 다른 과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제주특별법과 관련 조례 그 어떤 조항에도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적 장치가 없다. 만일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이 이뤄지고 결국 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내려진다면 진료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환자 생명과 직접 관계있는 '진료거부'를 명문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국적에 따라 진료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법을 넘어 헌법적 가치에 비춰볼 때 가능할지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의당도 이번 조건부 허가가 의료체계를 흔드는 시작점이 될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영리병원은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문재인 케어의 방향과도 배치된다"며 "정부는 녹지국제병원을 철저히 감독해 영리병원 개원이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윤소하 원내대표는 "원 지사는 영리병원 허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도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관련 뉴스의 댓글마다 의료영리화가 시작됐다는 불안감이 여과없이 감지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관련 뉴스의 댓글에는 "중국자본의 개", "원희룡 탄핵", "책임지겠다고? 의료체계 구멍나면 무슨 수로 책임을 질 건데?", "국민건강을 대기업, 그것도 중국대기업한테 맡기겠다고?", "이완용 같은 X", "목돈 입금됐나보다", "의료민영화는 재앙이다. 결국 돈 있는 사람만 병원 다니는 세상이 올 것이다", "당신이 대체 뭔 짓을 한지 알아?" 등등 우려와 분노의 반응들이 넘쳐났다.

  심지어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료민영화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원 지사는 이같은 반발을 예상했는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의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도지사는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제주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달라. 이에 따른 어떤 비난도 기꺼이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첫 영리병원을 운영하게 된 중국 녹지그룹은 자회사인 '녹지제주유한회사'를 통해 현재까지 778억 원을 투입해 녹지국제병원을 짓고 의료인력 등 134명을 채용한 뒤 지난 8월 28일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설립 허가를 신청, 이번에 통과됐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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