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만 대전효문화진흥원 기획연구부장

류지만 대전효문화진흥원 기획연구부장

돌이켜보면 요즘 현대인은 시험이라는 제도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부터 월말고사, 기말고사, 쪽지시험, 반 배치고사 등부터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필자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연합고사를 봐야했고,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입학을 위해 대입학력고사를 봐야했고, 취업하기 위해서 일반상식과 전공시험과 면접시험 등을 봐야했으며,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각종 자격증 시험을 봐야했다.

직장에 입사해서 이제 시험은 없겠지 하면, 승진시험에 다면평가에…. 아무튼 ‘삶은 시험(試驗)의 연속이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험을 봐야했다.

시험치고 중요하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만은 매년 치르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은 전 국민 출근 시간 조정에, 항공기 운행시간도 조정할 정도로 각 언론매체에서 사회 1면을 장식하는 톱 뉴스 중의 톱 뉴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는 아마도 정규교육 과정 중 마지막 단계라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향후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인가도 싶다.

지난 11월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지난 5일에 성적표를 받고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의 나름 틀 안에 갇힌 생활에서 벗어난 해방감이야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만은,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금은 한번쯤 아니 꼭 한 번 이상은 그 동안 나를 보살펴 주신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해서 가족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새벽에 등교하는 학생도 힘들었겠지만, 대부분 학생보다 부모님이 먼저 일어나셔서 소화가 잘 되는 아침 밥상을 미리 준비해주셨다가, 1분이라도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 깨우고, 때로는 승용차 안에서 더 잘 수 있게 미리 승용차 시동을 걸어 놓고 온도를 높여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고생(?)은 아마 부모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과 중의 하나이다. 그 뿐인가, 수험생이 하교하면 가족들은 재미있는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도 볼륨을 낮춰서 최대한 신경 쓰이지 않게 눈치를 봐온 가족들의 심정은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잘 아는 효와 관련한 고사성어 중에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즉 나무가 조용히 있고 싶어도 불어온 바람이 멎지 않으니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식이 효도를 다하려하는데 그 때까지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과, 不孝父母死後悔(불효부모사후회) 즉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반드시 후회한다. 는 내용이다. 모든 일에는 때(시간)가 있는데 '때(시간)를 놓치면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다. 이뿐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라고 하는 까마귀도 자신을 길러주느라, 어미가 힘에 부쳐 먹이활동을 못하면 늙은 어미를 위해서 먹이를 물어준다는 反哺之孝(반포지효)도 있다.

고3 수험생 여러분!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을 위해 더 고생하신 선생님과 부모님의 은혜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오늘 학교에 가면 선생님을, 집에 오면 부모님을 꼭 한번 안아주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세요. 바로 지금이 효도(孝道)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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