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 대전대화초 교사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장난꾸러기 아이가 미술 시간에 창의적인 그림을 그릴 때, 말수가 적고 조용하던 아이가 악기를 멋지게 연주할 때, 수학 시간마다 끙끙대던 아이가 체육 시간에 멋지게 뜀틀을 넘을 때, 이렇게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나는 그동안 한국어만 지도하다보니 특별학급 아이들의 여러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열린 학예회에서 나는 우리 특별학급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요셉(가명)은 지각이 일상인 데다 공부 시간에는 엎드려 자는 아이다. 가방은 갖고 오는 날보다 가지고 오지 않는 날이 많고 학교에 와서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만 기다린다. 그런 요셉이 학예회 며칠 전부터 리코더를 들고 다니더니 학예회 때는 무대 제일 앞줄에 서서 리코더를 불었다. 요셉이 무대 시작부터 끝까지 질서를 지키며 한국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리코더를 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파티마(가명)와 아흐마드(가명)는 지역 아동 센터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일 년에 몇 차례씩 다른 지역으로 초청 공연을 다닌다. 늘 공연 소식만 들었지, 노래를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학예회에서 합창단 공연을 선보였다. 나는 아이들의 노래 솜씨에 깜짝 놀랐다. 남매인 파티마와 아흐마드가 늘 투닥거리는 모습만 보다가 예쁜 율동과 함께 한국어로 멋지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니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알리(가명)는 작년에 결석을 자주 해서 면제처리 됐다가 올해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 아이다. 작년에는 학교를 자주 빠지는 바람에 한국어도 늘지 않고 친해지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올해부터는 학교에 열심히 다니면서 한국어 실력도 눈에 띄게 늘고 표정도 무척 밝아졌다. 그런 알리가 학예회 무대에서 부채춤을 췄다. 동작을 완벽하게 익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알리가 무척 기특했다.

시리아 아이들과 함께했던 2년간의 시간이 꿈같이 흘러갔다. 때로는 아이들이 말썽을 부릴 때면 아이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져가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들면서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 역시, 낯선 한국 땅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제 한국어는 물론이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한 마음이 든다.

나는 선택된 교사이다. 대한민국 대다수 교사들이 교직 인생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한국어 학급을, 거기에 시리아에서 온 아이들을 2년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교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만남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마지막 교단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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