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의 우문우답] 커피와 신자유주의
  • 금강일보
  • 승인 2018.12.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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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는 약속이나 한 듯 지구상의 최빈국들이다.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인도, 에티오피아, 페루, 과테말라, 멕시코, 온두라스, 우간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필리핀, 니카라과, 볼리비아, 카메룬 등이 주요 생산국이다. 반면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는 하나같이 경제 부국들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한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요 소비국이다.
커피는 가장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장 저임금으로 힘들게 농사지어 부유한 국가 소비자들이 가장 비싸게 사먹는 음료이다. 세상에 많은 기호품과 사치품이 그러하지만 커피는 유독 생산원가 대비 판매가가 큰 차이를 보인다. 수십 배, 수백 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커피농사는 최빈국 아동들의 노동력의 착취가 심한 작물이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시면 그저 한 잔의 음료에 불과하지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사연이 많은 기호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연평균 마시는 평균 커피양은 얼마나 될까. 어린이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을 내면 연간 1인당 330잔을 마신다고 한다. 커피를 수시로 즐기는 사람들만 따지면 하루 평균 마시는 양이 두서너 잔은 될 듯하다. 한국에 커피가 전래된 시점을 생각해보면 불과 100여 년 남짓한 시간에 이룬 폭발적인 수요 증가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커피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커피 소비는 놀라울 따름이다. 소비를 그래프로 그리면 급상승 곡선이다.
커피를 마시며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인데 한국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대체 무엇을 할까. 모르긴 해도 누군가 대화를 나누면서 마실 때가 가장 많을 것이다. 혼자 TV를 시청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마시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운전을 하면서 또는 휴식을 가지면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상상이 된다. 그런데 왠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한 통계를 살펴보니 한국인은 연평균 1인당 330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을 비롯해 120병의 맥주와 90병의 소주를 마신다고 한다. 전 국민 평균이니 놀라운 수치이다. 이밖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3시간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독서량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국민 평균도 아니고 성인 1인이 1년에 읽는 독서량을 발표했는데 연간 9.2권이란다. 성인평균이 9.2권이라면 국민 전체 평균을 내면 1/3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커피나 술을 마시며 보내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읽는 책의 대부분이 출세와 돈벌이를 내용으로 하는 비교양서란 점이다. 마음에 양식이 되는 책이 아닌 저급한 욕심과 경쟁심만 부추기는 책이 독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부류의 책은 하나같이 몰인정하기 짝이 없는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무한경쟁을 통해 승자독식의 문화를 조장하고 합리화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병들게 한다.

그런 류의 책을 읽으니 커피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그 엄청난 불공정에는 좀처럼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신자유주의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커피는 승자들만 맛볼 수 있는 기호품 이외의 어떠한 의미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생각은 신자유주의 성향의 책 위주로 독서가 이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커피를 마시며 사고력과 양심을 키워주는 양질의 책을 읽고 그 지식을 기반으로 커피농장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을 이해하고, 어떡하면 그들에게 실효적 이익을 안길 소비를 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한 때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이슈몰이가 되면서 세상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많은 이들이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공정무역’도 이런 관심 속에서 탄생했다. 커피를 마시며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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