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타 도시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미 성장 동력을 잃어 앞으로 지속 성장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을 맞았다.

교통도시라는 대전의 동력은 이미 옛이야기이다. 교통인프라가 부족하던 시절,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 및 고속도로가 분기하는 도시였지만 전국에 격자형 도로와 철도망이 구축돼 이제는 전국 주요도시가 교통도시가 됐다.

대전이 성장을 멈춘 것은 10년이 넘었다. 인구의 이동을 살펴보면 그 도시의 잠재력이 읽힌다. 대전은 인구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세종시 개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유출되는 인구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세종 이외에 충남과 경기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전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 도시가 지속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인구 유지가 중요하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이다.

10년 전 전국 3위를 차지하던 벤치기업 수가 지금은 8위로 주저앉았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대전이 곤두박질한 10년 동안 경기의 벤처기업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소문으로만 듣던 판교테크노밸리의 위력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전국에서 유망한 벤처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더불어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대전에서 활동하던 벤처기업 중 상당수가 판교로 둥지를 옮겨갔다는 것은 푸념이 아닌 실화이다. 판교에 둥지를 틀면 그만큼 실효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시너지 효과도 누릴 수 있으니 옮겨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대전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벤처기업들과 연구개발을 협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도시이다.

그렇지만 그 엄청난 장점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다. 전국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대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벤처기업에 의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떠나고 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준답시고 공공부문 계약직 자리를 마련해주어 일시적으로 숫자놀음을 하려는 생각은 집어치워야 한다. 진정한 도시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그곳에서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전의 희망이라던 벤처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대전시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벤처기업을 살려내지 못하면 대전의 미래는 없음을 대전시민 모두가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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