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많은 세종 외곽도로 하루 한 번꼴 발생
오후 6시 이후엔 로드킬 사체 처리 안 돼 위험

세종시 외곽도로에서 로드킬(Road-kill)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만 수습 체계에 사각지대가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로드킬은 주로 야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몰 후 사체 수거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2차 피해의 우려가 크다는 거다.

9일 세종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8일까지 이뤄진 로드킬 사체 수거 실적은 361건에 이른다. 고라니가 25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고양이 88건, 강아지·너구리 3건, 새·오소리 1건, 확인 불명 5건 등이 뒤를 잇는다. 여기엔 부강면과 금남면, 장군면이 제외됐고 사고 후 동물이 살아있는 경우 동물보호협회가 구호조치를 위해 데려가기 때문에 실제 로드킬은 더 많다고 세종시는 설명했다.

월별로는 1월 23건, 2월 26건, 3월 23건, 4월 46건, 5월 62건, 6월 61건, 7월 41건, 8월 42건, 9월 31건 등 봄철에 특히 많다. 지역별로는 신도심에서 36건이 발생하고 나머지 읍·면 지역에서 325건이 발생했다. 세종시의 경우 급속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식지가 줄어든 탓에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하고 금강을 끼고 있는 자연환경 탓에 로드킬 사고가 잦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로 대전-유성 간 1번 국도와 세종-청주 간 96번 국도, 대전-세종 간 BRT도로 등 산과 들을 양 옆으로 낀 외곽도로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야행성 고라니가 로드킬 사고의 최대 피해자인데 야간에 발생한 로드킬 사체 처리는 속수무책이다. 업무시간엔 권역별로 담당이 있어 환경미화원이 로드킬 피해 야생동물의 사체를 수거하지만 업무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엔 무방비 상태다.

로드킬 당한 사체는 2차 사고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즉시 사체 처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같은 수습 체계에 공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9월 강원도 평창군의 한 지방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고라니를 피하려다 도로 반대편 경사지로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타 시·도의 경우 로드킬 동물 수거 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24시간 수거 체계를 갖추는 등 대안이 있는 만큼 세종시도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야간 사체 수거를 위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입찰공고를 냈는데 유찰됐다”며 “현재 계약중인 폐기물 수집업체들을 대상으로 야간 수거 업무에 대한 변경 계약을 논의 중이다. 협의가 이뤄지면 내년부턴 야간 수거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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