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 총장들 잇따라 학교 떠나
법인·이사회로부터의 자율성 절실
“선출 방식 개선해 힘 실어줘야

대전 대학가가 요즘 새 선장 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충남대에서 차기 총장 선출 방향을 논의 중인 것을 비롯해 배재대와 대덕대 등은 이달 중 새 총장 선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기대보단 걱정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대다수 대학 총장들이 구성원보다 법인 등 이사회 선택을 받는 현실에서 ‘권한 행사는 물론 학교 운영의 민주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겠냐’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어서다.

올해 대전권 대학에선 총장들의 중도 사퇴가 잇따랐다. 지난 2월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은기 대전과학기술대 총장 사퇴를 시작으로 4월엔 서중석 대전보건대 총장이 잔여 임기를 2년 남기고 학교를 떠났다. 6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 발표 후에는 이런 흐름이 더 짙어졌다.

법인 이사회에서 사의를 반려한 뒤 업무에 복귀한 김영호 배재대 총장은 1단계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뜻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박노권 목원대 총장도 같은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8월에는 관선이사 체제 아래 첫 공모 총장으로 취임했던 김상인 대덕대 총장 역시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사직했다.

대개 임기가 남은 총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내세우는 이유는 일신상의 사정,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 속내에 자리한 법인과 이사회가 선임한 총장으로서의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지역 대학가 안팎의 중론이다.

총장의 내·외부 인사 여부를 떠나 지금처럼 대학이 법인과 이사회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있는 상황에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얘기다.

대전 A 대학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강조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능력 좋고 소신 있는 인사가 총장을 하더라도 법인이나 이사회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물론 법인, 이사회와 대학 발전을 위한 일치된 공감대가 있다면 모를 일이지만 대다수의 대학 법인과 이사회가 총장 임면권을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보는데, 그런 상황이라면 총장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학가에서 법인과 이사회에 의한 총장 선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총장 직선제를 채택한 국립대인 한밭대와 이를 추진 중인 충남대를 제외하면 대전권 대학 대부분이 여전히 법인과 이사회의 결정을 통해 총장을 선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B 대학 교수는 “일부 대학에서도 총장 선출 방식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곤 있지만 아직까지 미미하다”며 “구조개혁, 재정상황 악화 등 지방대학이 놓인 위기 타개를 위해서라도 총장 선출 과정에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 민주적 절차를 확립하고 총장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정당성의 근거를 만들어 제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 운영의 민주성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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