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수 전국 8위로 추락
전국 늘고 대전 10년比 반토막
출연연 밀집돼 희망은 있어

‘3위→8위, 1만 1212개 VS 1396개…’대전 내 벤처기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수치다.

전국 3위였던 대전의 벤처기업 업체 수는 어느새 8위로 추락해 ‘벤처도시 대전’ 또한 옛말로 여겨지고 있다. 비록 지역 내 벤처기업 업체수가 해당 지역의 벤처기업 경쟁력이라고 귀결지을 순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현 상황을 가늠케한다는 점에선 처량한 성적표인 것이다. 사실상 창업붐에 제동이 걸린 지도 오래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인에 따르면 2006년 1월 기준 전국 9853개 벤처기업 중 대전·충남은 679개(6.9%)로 서울(3501개·35.5%)과 경기(2814개·28.6%)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의 벤처기업 업체수를 보유했다. 대전이 ‘과학도시’에 이어 ‘벤처도시’로 부상한 자랑스러운 시절이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최근의 통계는 처참하다. 지난 10월 기준 전국의 벤처기업은 3만 6529개로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대전은 1396개(3.6%)로 벤처기업 보유율이 반토막이 났다. 대전이 전국 8위로 떨어지는 동안 경기(1만 1212개·30.6%)를 비롯한 서울(8572개·23.4%), 부산(2306개·6.3%), 경남(1830개·5%), 경북(1716개·4.6%), 인천(1640개·4.4%), 대구(1638개·4.4%)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벤처기업의 한 축인 연구소기업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지만 연구소기업을 품고 있는 벤처기업의 경우엔, 타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참담한 상태다.

판교테크노밸리를 부흥시켰던 남충희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대덕특구 내엔 대덕테크노밸리와 산업단지 등 배후 생산시설이 추가됐고 3만 2000여 명의 연구인력이 일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1번지’로 국내 최대의 과학산업단지(연구개발특구)로 발전했다”면서도 “대덕연구단지 매출은 17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중국의 중관촌 430조 원, 국내 판교의 77조 원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KAIST 출신 등 지역의 창업을 원하는 상당수가 판교 창업타운으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대전엔 전국 최대 규모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만큼 기술사업화의 메리트를 가진 집적지이기 때문이다.

남 전 부지사는 “서울의 테헤란밸리와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는 중앙정부의 결과물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정부에 의존할 게 아닌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수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의 행정 노력의 8할 이상을 ‘기술창업 촉진체제’ 구축에 쏟아야 한다. 또 국제적인 해외 벤처펀드를 유치하고 창업타운 등의 창업 공간을 조성해야한다. 이외에도 KAIST 등의 국내 최고 과학대학 출신의 졸업생을 중심으로 판교 수준의 벤처붐을 재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