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나눔 문화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기부물품의 경우 규모가 꾸준히 증가는 하고 있지만 기부를 빙자한 폐기물 수준의 물품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나눔 문화 선진화를 위한 인식변화가 아쉽게 느껴진다.

국내에서 물품 기부 규모가 가장 큰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 기부 물품은 해가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143만 점에서 지난해에는 2155만 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물건을 보내온 기증자 수도 지난해 기준 46만 명을 돌파했다.

이같이 기부 물품이 늘고 있는 것은 물품을 기부하면 기부영수증을 받을 수 있고 소득공제나 기업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옷 한 벌의 경우 브랜드나 사용기한과 상관없이 1500원에서 최대 4000원 상당의 금액으로 계산된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할 경우 택배를 통해 수거한 후 문자로 금액을 알려주기도 한다.

문제는 상당수의 기부 물품들이 쓸모없는 물건이다 보니 폐기율이 50% 이상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부를 하려는 의도는 좋게 봐 줄 수 있지만 소득공제만을 노린 얌체 기부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전 5개구의 기부함에는 지역 주민들이 기부한 헌옷과 신발, 가방 등 물품이 쌓여 있다. 구에서는 기부함 물품들에 대한 분리작업을 통해 벼룩시장 등을 열고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으나 상당수가 다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폐기물들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곰팡이 핀 카펫이나 찢어진 이불뿐만 아니라 세탁하지 않은 스타킹이나 팬티까지도 섞여 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우리의 기부 문화 수준이 이 정도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물론 과거에 비해 우리의 나눔 문화는 규모나 의식면에서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배려문화가 미국 등 선진국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이웃 사랑의 온도는 매년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실종된 기부 에티켓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기부를 빌미로 내세워 쓸모없는 물품을 폐기처리하고 소득공제까지 받으려는 얌체족들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기부는 자발적인 이웃사랑에서 나와야 한다. 그 형태가 돈이든, 물건이든, 재능이든 자신이 가진 것은 나눠 진정으로 이웃을 도우려는 아름다운 마음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빌미로 자신의 조그마한 이득을 챙기려 한다든지, 더 나아가 손쉬운 쓰레기 처리 방법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폐기물 수준의 물품을 기부랍시고 내놓는 부끄러운 손들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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