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고, 구세군의 힘찬 종소리가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어느덧 세밑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이맘때쯤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송년회다. 묵은 한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자리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서로를 격려하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덕담이다.

“괴로움을 이겨내는 데는 무엇보다 격려가 필요하다. 격려는 용기의 어머니다. 격려는 낙담을 용기로 바꾸는 힘이다. 인간은 인간의 바다 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서로 촉발함으로써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마음이 통하면 힘으로 바뀐다. 힘을 내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 또 타인을 격려하면 나 자신도 용기가 솟는다. 격려는 남을 변화시키고 자신도 변화시킨다. 불행에 우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구제하는 일은 실로 검소하고도 힘든 일이지만 인간으로서 가장 존귀한 성업(聖業)이다.” 일본의 종교인이자 작가로 세계적인 평화활동가인 이케다 다이사쿠의 격려 예찬이다.

최근 공주시의회의 ‘갑질 언행’이 도마에 올랐다. 몇몇 공주시의원들의 육두문자까지 동원한 막말에 화가 난 공무원노조는 급기야 비원권적 행태라며 권위적인 태도 개선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집행부를 대표하는 김정섭 시장을 향해서도 상황 개선을 위한 소통과 교감에 나서달라고 쓴 소리를 날렸다.

말에도 품격이 있다. 말은 그 사람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한 사람의 됨됨이와 품격까지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말 속에서 유식함과 무식함, 유능함과 무능함이 드러날 수 있는 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고 했다. 진부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 처럼 유효한 말도 없다. 말 한 마디로 벗을 잃기도 하고, 벗을 만들기도 한다. 정치가의 말 한마디 실수는 오랫동안 쌓아온 정치 기반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일전 일흔을 넘긴 지역의 한 시민단체장은 기회만 된다면 고향을 등지고 싶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환멸이 평생 고향발전에 힘쓴 그를 등지게 만들었다. 사람이 무섭고, 사람이 악몽이 돼서는 안 된다.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다.

맹자는 일찍이 인생의 참된 즐거움 논하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에 부끄럽지 않으며, 고개를 숙여 남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仰不愧於天 俯不?於人)’이 두 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올 한해 부끄러운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생각 없이 툭 던진 말 한 마디로 인해 상처를 입히지 않았는지. 입에서 빠져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만큼 입을 열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말에도 품격이 있다. 입 구(口) 세 개 모여 품(品)을 이룬다. 말이 쌓여 품격이 되고 품성이 된다. 말은 마음을 담아내는 창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했다. 말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갈수록 팍팍한 세상이다. 묵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이 때 따뜻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을 위로할 수 있는 온기가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면 좋겠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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