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자 이순복 대하소설

 유연은 만년의 말에 얼굴마저 붉어지면서 몹시 부끄러워하였다. 만년이 말한 왕자는 유화와 유총을 말한다.

유화와 유총은 유연의 아들로 태어나 좋은 스승 밑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 청년이 되자 유화는 문약해지고 유총은 힘이 장사로 궁술과 마술에 능했다.

유총이 궁마술은 물론 여러모로 빼어난 것을 알고 후주는 특히 장손 유화를 젖혀두고 유총을 더 귀여워하였다. 그래서 대장군 강유에게 일러 유총을 가르치라 하여 함께 있도록 했다. 강유는 유총을 감군을 삼아 그 재주를 아껴주었다.

만년은 유연의 겸손해하는 모습에 감동을 먹고 다시 말을 잇기를

“전하! 소장이 전하의 깊은 뜻은 압니다만 소장의 한 몸으로 어찌 두 가지 일을 다 하라하십니까? ?북지왕의 아들 유요 아기씨까지 모시자면 두 가지 일을 다 온전하게 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장군, 그러나 내 사정이 그와 같이 피치 못할 사정입니다. 북지왕 형님께서 마지막 남기고 가신 소중한 내 조카를 내가 거두지 않고 방치한다면 나는 형님을 배반한 배반자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제발 나의 이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시고 장군이 나를 도와주시오.”

“전하, 소장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소장에게 요전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평서장군 요화의 아들입니다. 요화장군은 관운장을 맥성이 함락되기 직전까지 모신 양장이었습니다. 요전 친구도 부친을 닮아 진실로 나라에 충성하고 친구에게는 의리를 중히 여기는 용사입니다. 요전은 무예가 저와 비슷하니 그를 데려와 일을 나누어 하고자 합니다.”

만년이 요전을 지목하여 유연이 부탁한 일을 나누어 수행하겠다고 말하자 유연이 크게 기뻐하며 대답하기를

“장군의 말씀이 옳소. 평서장군 요화의 아들 요전이라면 나도 들은 바가 있으니 어서 데려와 함께 힘을 모아 이 난국을 타개하도록 하시오.”

“전하, 분부 받들고 요전을 데려와 소장은 갈 길을 트고 요전으로 하여금 유요아기씨를 업어서 모시게 하겠습니다.”

만년은 발에 번개 불을 단 듯 급하게 문을 박차고 나가더니 얼마 되지 않아 요전과 함께 나타났다. 유연은 요전을 맞아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곧 바로 주유천하의 첫발을 떼었다.

만년은 전장에 나아가는 장수처럼 큰 칼을 비껴들고 앞장서서 나아갔다. 기약도 할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만년의 뒤로 유영이 따르고 중간에는 유연과 유선이 따라가고 그 뒤로 양용과 유영이 뒤를 끊을 태세를 하며 서문을 바라보고 나아갔다.

유연 일행이 서문에 이르자 위장 방래가 군사와 더불어 나와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치기를

“너희들의 모양새를 보니 구실아치들이구나. 임금이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했으니 너희들도 모두 위나라 백성이다. 나라 법을 따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감히 어디로 도망질을 하려든단 말이냐?”

방래는 오만불손하고 의기가 양양했다. 만년은 방래의 말에는 대답치 아니하고 말을 몰고 앞으로 나아가 큰칼을 인정사정도 없이 휘둘러 위병들의 목을 땄다. 그러자 방래가 창을 꼬아 잡고 만년을 향하여 달려들자 큰 칼을 휘둘러 칼바람소리를 만년이 한 차례내자 그만 방래는 겁을 집어 먹고 군사들 속으로 숨어 버렸다. 단 일합도 상대해 주지 못하고 달아났다. 만년이 한 가닥 활로를 얻자 유연 일행은 이 틈을 이용하여 성문을 벗어났다. 

만년은 일행을 모두 성 밖으로 내어 보내고 안도의 숨을 돌리는데 방래가 자신의 책임이 막중하므로 다시 만년을 향하여 공격해 왔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만년은 호통소리와 함께 말을 성큼 방래 가까이 몰고 가서 큰 칼로 허리를 내려 그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방래는 찍소리도 못하고 몸이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이를 본 위병들은 크게 놀라 발아 날 살려라. 하며 성안으로 달아나 성문을 굳게 닫아 버렸다. 유연 일행은 만년의 뛰어난 무예 덕분에 어렵지 않게 성문을 빠져 나와 안전하게 성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