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투신으로 교육현장 뒤숭숭
가정에선 학교 분위기 눈치보고
교사들은 혹시 연루될까 말아껴

 대전 A 여고에서 불거진 ‘스쿨 미투’ 의혹에 연루된 B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육 현장이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A 여고 학생들이 지난 9월 SNS를 통해 교내 성추문을 폭로하면서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 위에 불거졌다. 이후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폭로 내용을 기초로 해당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섰고 성추행이 심각하다고 의심되는 교사 11명을 추려 이 중 B 교사를 포함한 5명에 대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난달 20일 경찰에 고발했다.

성비위가 발생한 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특별교육 및 면담, 상담을 실시했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와중에 B 교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그 충격은 더 크다.

‘스쿨 미투’의 여파는 이를 직간접적으로 체감하는 지역의 다른 학교들에까지 미치고 있다.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잇따른 의혹으로 오해를 받지 않을까 싶어서다. 학교 관계자들은 A 여고 사태로 인해 수업을 진행할 때 행동 하나하나에 부쩍 신경을 쓰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C 고교 교감은 “A 여고 사건이 발생한 후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끼리도 언행에 조심스러워졌다”며 “학부모들도 학교 분위기를 살피며 걱정하는 눈치다”라고 귀띔했다. 학생들과 대면하는 교사들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D 고교 교사는 “혹시라도 스쿨 미투와 연관될까봐 선생님들끼리도 말을 아끼고 있다”라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스쿨 미투’와 관련된 기본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확한 절차대로 조사하고 잘못이 규명됐다면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고발된 5명 중) 나머지 교원들은 아직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또 발생할 수도 있다. 초기에 대응할 때 교육청에서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고 처리해야 했다. 학교나 교육청이 전수조사 과정에서 미흡했고, 교사의 잘못을 도출하고 그에 따른 처벌 방법도 옳지 않았다”며 “B 교사 사망으로 피해 학생들과 다른 교사들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사가 채 마무리되기 전에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기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교사들에게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듀힐링센터에서 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A 여고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본 후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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