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린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대폭 강화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전면허 정지기준은 현행 0.05~0.10%에서 0.03~0.08%로 낮아진다. 체형 체질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평균적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소주 한잔을 마셨어도 음주운전에 해당된다.

면허취소기준은 현행 0.10%에서 0.08%로 낮아진다. 성인 남성(70㎏)의 경우 소주 한 잔을 마시고 1시간가량 지난 후 알코올 농도는 0.03% 수준이어서 앞으로는 소수 한 잔은 면허정지, 소주 세잔 정도를 마시고 운전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이제 음주운전은 그야말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된다.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2016년에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소주는 대략 34억 병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 인구수로 나눠보면 평균 1년에 1인당 85병에 가까운 소주를 마시는 셈이다. 술을 안 마시거나 못 마시는 사람도 있으니 실제로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1년에 100병 이상의 소주를 마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외신보도에서 한국의 음주문화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술에 취해 커피숍의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하는 20대 여성의 모습, 10여 잔의 폭탄주를 만드는 모습, 술집에서 술병을 들고 노래하는 회식자리 풍경, 술에 취해 차가 오가는 도로에서 위험하게 서성이는 행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술을 한 번에 마시고 빈 술잔을 머리 위에 털거나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하는 장면, 친구들과 술을 권하며 게임하는 장면, 술자리에 늦어서 한 번에 3잔을 마시는 장면 등이 보도됐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일들이다. 과도한 음주는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폭력사건의 경우 음주가 원인이 돼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 같은 주폭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는 음주를 제한하는 법이 없다.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술을 구입할 수 있는 건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지만 음주 자체를 막는 법조항은 없다. 따라서 직접 구입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술을 입수해 집에서 학생들끼리 음주 파티를 벌여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청소년시절부터의 음주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잘못된 음주문화에 대한 저항이 약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0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알코올 판매시간 및 판매일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판매시간이나 판매일을 규제하지 않는 소수의 국가에 속한다. 싱가포르는 일정시간대에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금지되고 주류판매도 금지된다. 미국은 거의 모든 주에서 주류판매 일수와 시간에 대해 제한하고 있으며 식당이나 주점에서 일요일 주류판매를 허용하는 주가 없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춤과 노래를 즐기는 민족이었음이 역사를 통해 알려졌다. 이러한 전통이 음주문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술잔 돌리면서 서로 잔을 권하고 술집을 여러 군데 순행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술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비용 또한 크다. WHO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간질환 및 간경화로 인한 표준사망률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단연 1위다.

술 위주의 회식이나 폭탄주 술잔 돌리기, 술이 약한 사람에게도 억지로 강요하기 등 직장 내 술을 강권하는 회식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비즈니스 관련 과잉 접대문화도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 술은 적당히 마신다면 나쁠 것이 없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제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마시는 술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원인이 된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잘못된 음주문화를 개선하고 술에 관대한 우리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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