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 절반 이상 수도권으로

[격차 벌어지는 벤처기업수]
[민간 등에서의 움직임 미비]

<속보>= ‘과학도시 대전’과 함께 ‘벤처도시 대전’의 해가 저물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타 지역 분원 설치 움직임도 가속화된 지 오래, 대전 내 과학기술계의 우수한 인재 유출 현상 또한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12월 10일 자 1면 보도 등>

KAIST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2017 KAIST 창업기업 성과조사’에 따르면 1148개의 KAIST 창업기업 사업장 본점 소재지 중 57%(654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전 지역에 소재한 기업은 31.9%(366개)로 전국 3위 수준이다. 대전의 자랑거리이자 국내 최대 과학기술 대학인 KAIST의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 후 대전이 아닌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비록 대전은 전국 3위로 전국 대비 높은 창업기업 수를 보이고 있다지만 KAIST 본교가 대전에 위치해 있는 만큼 전국 3위라는 성적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대전 내 창업 인재 유출은 곧 벤처기업 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난 10여 년 사이 대전의 벤처기업 수는 전국 대비 격차가 계속 벌어지며 지역내 벤처붐이 침체됐다. ‘벤처도시 대전’이라는 위상이 사실상 사라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만한 부분이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 '벤처인'에 따르면 2006년 말 전국의 1만 2218개 벤처기업 중 대전은 464개로 서울(3832개), 경기(3539개), 인천(635개), 경남(629개), 부산(567개)에 이어 전국 6위다. 전국 6위로 기록됐지만 3위인 인천과 비교해도 200여 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벤처도시 대전’의 입지는 현저히 좁아졌다.

지난달 3만 6660개의 전국 벤처기업 수를 기준으로 대전은 경북과 대구에까지 밀리며 순위가 8위로 추락한 동시에 벤처기업 수 격차 또한 커지면서다. 경기(1만 1285개), 서울(8588개), 부산(2309개), 경남(1829개), 경북(1722개), 인천(1663개), 대구(1632개)에 이어 대전은 1406개로 전국 8위에 그쳤다. 경북은 2006년 말 446개, 대구는 450개로 대전에 뒤처졌지만 10여 년 사이 넘어선 셈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국 대비 대전의 벤처기업수 순위는 낮은 편이지만 최근 벤처기업수 보유율 증가세로 봤을 땐 대전이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높은 수준”이라며 “인구 비율로 감안했을 때에도 대전은 뒤처지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새로 입주하는 신규 벤처기업이 적고 기존에 입지를 굳혔던 벤처기업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때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한 연구원은 “제대로 된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민간 차원에서의 창업 움직임과 함께 지자체와 지역 경제계에서의 지원과 뒷받침이 중요하다. 판교 등이 새로운 벤처도시로 부흥하고 있는 이유도 인재들이 몰리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라며 “대전엔 출연연이 밀집해있어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메리트가 있는 도시로 생각하지만 사실상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정보 교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지만 대전 내엔 창업을 위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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