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휴게실, 총여학생회 폐지 ··· 대학가에 부는 '反 페미니즘' 바람

지난 10월 총투표를 통해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가 결정되자 존치를 주장하는 학생들이 항의 시위를 하는 장면. [사진=뉴시스]

 

  여성들의 인권 신장을 외치는 페미니즘은 왜 '사회적 차별'이 아닌 '남성'들과 싸우게 됐을까?

  대학가에 페미니즘의 역풍이 거세다. 여성들만의 학생회인 총여학생회가 학생들의 총투표에 의해 잇따라 폐지되고 있고, 여학우 전용 휴게실에 맞서 남학생 전용 휴게실까지 생겨나는 마당이다.

  명지대학교 총학생회는 최근 자연캠퍼스에 남학생 전용 휴게실을 개설했다. 몸을 눕힐 수 있는 2층 침대, 앉아서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푹신한 의자까지 갖춘 그야말로 휴식 공간이다. 그런데 휴게실 출입문에 나붙은 문구가 도발적이다. '여학우 출입금지.' 남학생 전용 휴게실이라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 여학생 휴게실이 있지만 남학생을 위한 휴게실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학생들도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필요적 목적도 있겠지만 왜 남녀평등 시대에 여학생만을 위한 휴게실만 존재하느냐는 문제제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총여학생회 폐지 움직임에서도 발견된다.
  여학우들의 교내 인권과 처우 개선을 위해 존재했던 총여학생회는 교내 남녀차별이 상당수 사라진 오늘에 이르러서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젠더이슈를 무기로 휘두르는 이익집단이자 남녀 간의 성대결을 부추기는 정치집단화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눈높이와 지지에서 멀어진 총여학생회는 하나둘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추세다.
  가장 최근인 11월 22일 학생 총투표를 통해 폐지가 결정된 동국대를 필두로 성균관대, 단국대, 광운대, 동아대가 올해 총여학생회 폐지시켰고 서울대, 고려대 등 수도권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예전에 총여학생회를 폐지한 상태다.
  총여학생회라는 이름은 존재하지만 현재 공석 상태인 서강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을 제외하고 사실상 유일하게 총여학생회가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조차도 최근 총여학생회 폐지안 상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이처럼 캠퍼스 안에서 페미니즘과 충돌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의무에는 둔감하고 권리에만 민감한' 국내 일부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동으로 보인다. 
  실제 숙명여대 탈코르셋 대자보 훼손 사건 등에서 보여진 여론은 여대생들에게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대생 허 모(21) 씨는 총여학생회 폐지 이슈에 대해 "성평등을 위한 기구는 찬성하지만 총여처럼 여학생만의 기구가 아니라 남녀가 함께 참여하고 의사결정하는 기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저는 여학생이지만 급진적 페미니즘 세력의 공격적이고 비이성적인 방법에는 반감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 11월 19~21일 실시된 동국대 총여학생회 폐지 찬반 투표 결과 폐지 찬성률은 75.9%였고 지난 10월 15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총여학생회 폐지 찬반 투표에선 찬성률이 83%였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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