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산 작가 '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 조화 일러스트로 표현

[잠산 작가 제공]

송혜교-박보검 주연 tvN 수목극 '남자친구'는 매회 일러스트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림에서는 해와 달이 만나고, 달은 공주가 외롭게 있는 성을 비춘다. 그리고 빛을 품은 남자는 성안에 갇힌 공주를 끌어내 함께 빛을 쐰다. '남자친구' 속 여자 수현(송혜교 분)과 남자 진혁(박보검) 이야기이다.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으로 '남자친구'의 로맨스를 더 애절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여주는 잠산(본명 강산·45) 작가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20여 년 일러스트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입지를 다진 작가는 삼성, 나이키 등 대기업 광고는 물론 가수 서태지 앨범 재킷, 오페라까지 협업을 여러 차례 했지만 드라마 협업은 처음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제가 매회 원고를 읽고 콘셉트 아트 작업을 하죠. 큰 틀에서는 일러스트에 포함되지만 원고를 읽고 제가 느낀 것을 한장에 표현해야 하니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남자친구'는 어른동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거기에 제 주특기인 판타지 요소를 결합해 매회 한장의 어른 동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따라간다기보다는 '상징'을 담으려 노력합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억에 잘 안 남게 되죠. 삽화가 돼버리니까요."

[잠산 작가 제공]

작가는 자신이 해석한 수현과 진혁 캐릭터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얘기했다.

"원고를 읽다 보면 진혁은 수동적이라기보다 돈키호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또 적극적인 상담사 같은 느낌도 받았죠. 수현의 감정을 치료해주는 사람요. 계속 질문을 던지고, '나한테는 말해도 돼'라고 확신을 줍니다. 일러스트 주인공이 여자인 것도 수현의 심리적 변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그러면서도 "송혜교와 박보검의 조화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며 "두 배우 간에 왔다 갔다 하는 대사와 분위기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상징적으로 그리기에도 부족하니까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잠산 작가는 이번 협업을 통해 드라마의 묘미도 새롭게 알게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냥 드라마를 봤다면 요즘은 대본을 본 후 영상을 보니 배우들의 표현법이 더 잘 보인다고.

그는 또 드라마와의 협업에 대해 "광고 작업은 클라이언트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은 포인트가 있는데, '남자친구' PD님은 대전제만 던져주고 벌판 안에서 제가 해석한 대로 그리도록 자유를 보장한다. 처음에는 방황도 했지만, 이제는 굉장히 재밌다"고 강조했다.

[잠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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