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석 영문학 박사(전 세종시교육감 후보)

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다보면 ‘낙석주의’라는 표지판을 많이 보게 된다. 안전할 줄로만 알고 무한 질주하는 누군가의 자동차 위로 큰 돌덩이가 굴러 떨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이고 살펴가라는 경고이다.

영화 ‘친구’에서 부산 송도앞 바다를 배경으로 보트를 타고 물장구치며 놀던 친구가 “너무 멀리 왔다. 돌아가자”라고 독려한다.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선배가 보더니 “너 그거 잘하는 거 아니데이”라고 했다.

잘못된 것을 열심히 하면 곤란하다. 전혀 다른 입장에서 자기를 돌아보면 내가 엉뚱한 일에 집착해서 허무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무슨 일로 우리는 그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을까?

요즘 유행하고 있는 치유 즉, 힐링은 현대인들의 정신적 피폐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이다. 현대인들은 너무 분주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복잡 하게 살아간다는 것 이 문제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을 돌아보면 우리가 긍정적인 기운을 응집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소통의 도구로 사람과 사람이 아닌, 인터넷이나 SNS를 선택했고 중독이 되어 있다.

대부분은 흥미위주나 호기심 위주의 정보에 탐닉한 듯 보인다. 영화나 방송, 여러 메스미디어 등에서 묘사되는 세상은 두려움, 걱정거리. 온갖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막장 드라마로 가득 찼다. 그것이 우리네 세상의 보편적인 모습일까? 그렇지 않다.

삶은 그보다 휠 씬 심오한 것이다.

과수원을 경영하시는 분에게서 ‘가지치기의 원리’가 있다는 걸 배웠다. 썩은 가지는 주변가지까지 썩게 하니 자르고 햇볕가리는 가지는 혼자만 살려고 하니 자르고 안으로 파고드는 가지는 내 것, 내 가족, 내 문제만 중시하니 자르고 가지끼리 부딪치는 가지는 둘 다 잘라 버린다는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고 지혜로운 말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자세히 그리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버리고 포기해도 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사소한 것 ,허접한 것, 별것 아닌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지금 세상은 과잉 시대다. 과잉 음식, 과잉정보, 과잉매체 그리고 채널의 과잉.

현대인들에겐 마이너스가 필요하다. 몸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는 가지치기가 필요 한 것이다. 스스로 삶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일방적인 공격과 분기탱천하는 감정에 자신을 내 던지지 않고 때로, 미련 없이 물러서는 후퇴도 배워야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은 바로 기회다. 인간은 절체절명의 상태에 놓이면 비로소 모든 편견과 오류, 그리고 사회적 집착과 개인적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삶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요즘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과의 대화가 단절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은 ‘방향을 잘 잡으려면,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것보다 내면에서 나온 답을 스스로 찾으세요’라고 했다. 정체를 겪거나 통찰이 필요할 때 일상에서 한걸음 물러나 보라.

가장 진솔하고 확실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창밖은 정말이지 청청하기 그지없다. 이제 얼마 안 있어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을 것이다. 노력의 결실을 기다리고 있는 연말에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을 겸허하게 점검해 볼 일이다.

송명석 영문학 박사(전 세종시교육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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