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선정·운영 방침·계획 없어
예산 812억→92억→10억 삭감

교육부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첫발도 떼 보지 못하고 유야무야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권 3년차인 내년에도 제대로 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변죽만 울리다 서랍 속에 묻히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 사립대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4년간 약 2800억 원, 30개 대학을 선정해 공영형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큰 틀의 그림만 있을 뿐 선정 기준, 지원 방침, 운영 계획 등은 없고, 그러다 보니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가 사립대 운영비를 지원하는 대신 재단 이사회 절반을 파견해 공동운영하는 형태다. 사학의 건전성·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으로 대학 운영권을 갖고 오는 대신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 주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구체적 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교육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안을 통해 ‘공영형 사립대 육성 지원’ 명목으로 약 812억 원을 책정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일반대(4년제) 200억 원씩 3개 교, 전문대 100억 원씩 2개 교를 공영형 사립대 시범 운영대학으로 선정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전액 삭감됐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 한 곳당 30억 원씩 3곳만 추진해보겠다며 92억 원을 재요청했지만 국회 심사를 거치며 예산은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연구비’로 10억 원만 남았다. 정책의 이름값이라는 의미로 보이는데, 정책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나온 정책인 만큼 경영 악화가 최고조로 이른 몇몇 대학들에겐 재정난 타개에 유효적절한 카드로 받아들여졌다. 딱히 재정 확보 방안이 없는 상황에 현 상태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과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대전지역 대학들도 주판알을 튕겼다. 하지만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자, 지역 대학들은 교육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지역 A 대학 관계자는 “선정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812억 원, 92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 예산 편성 시에 구미가 당길만한 내용을 갖고 기재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답답하기만 하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B 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부가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무엇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예산이 삭감된 것은 전적으로 교육부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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