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 대응 막막 , 자영업자 “워라밸? 꿈도 못 꿔요”

# 대전 동구의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A 사 대표는 보름이 채 남지 않은 연말이 즐겁지 않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 기존 15% 남짓한 인건비 비중이 25%까지 오를 수 있어서다.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받는 하위직원은 물론 나머지 직원들도 월급을 올려야 한다. A 사 대표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반적인 임금체계를 상당히 고쳐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있다”며 “신규 직원과 기존 직원 간 임금역전현상을 막으려면 호봉 당 금액을 전부 올려야 한다”고 푸념했다.

지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내년 준비에 한창 바쁘면서도 갈수록 부담이 늘어나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도입된 근로시간 단축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들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갈수록 힘들다는 탄식뿐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 처벌 유예가 올해로 끝나고 내년 초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가 오른 8350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중견 업체들은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어렵게 적응하고 있고, 소규모 제조업과 자영업은 늘어나는 비용부담에 내년도 사업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직원이 1000명 넘는 식품제조업체 A 사는 지난 8월 말부터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17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1일 2교대 체제로 운영되던 공장도 3교대로 전환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 A 사 관계자는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사람 수가 늘어 인건비가 많이 늘었다”며 “새로운 노동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상여금 제도 변경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더욱 막막한 상황이다. 가까스로 적응한 최저임금에 더해 내년 오를 상승분이 걱정된다는 말이 오간다. 중구의 한 식당은 최근 3명이었던 종업원을 한 명으로 줄이고 없던 휴식시간을 만들었다. 식당 주인 이 모(58) 씨는 “워라밸은 당치도 않다.

우리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자영업자들은 되레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줄어든 직원 수만큼 근무도 늘었고 하루 12시간 이상 꼬박 일해야 입에 풀칠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내년 임금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영세 자영업자들은 종업원 근무형태를 일당을 주는 임시직으로 바꾸고 있다.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근무시키는 방식이다. 서구의 한 식당주인 김 모(55) 씨는 “시간단위로 쪼개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

직원은 이전보다 절반가량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며 “주중·주말, 비수기·성수기 등 필요할 때 잠깐씩 더 보충하는 식으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정직원을 많이 두는 만큼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등 각종 비용부담도 커지는 등 늘어날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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