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음식나눔, 김장김치에 집중
먹거리 인식변화 속 개선 목소리

연말연시, 모든 기관·단체가 기부와 음식나눔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한파를 녹이고 있는 가운데 봉사의 범위가 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봉사가 김장에 집중되다 보니 한 겨울 나눔활동의 편중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복지 수요의 관점에서 봉사활동의 카테고리가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요즘 연말 먹거리나눔 봉사활동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김장김치다. 고무장갑과 위생모, 앞치마를 두르고 하얀배추 속살에 양념을 무치는 장면은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많게는 수 만 포기까지 김장김치를 담가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되는 김장김치는 저소득계층이나 독거노인이 한겨울을 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김장김치는 그래서 오랜 기간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 한겨울 나눔의 빨간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김치는 한국인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원동력이자 어려운 시절을 함께해온 ‘모태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기부문화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무엇보다 독거노인의 경우 스스로 김장김치를 만들어 먹기 어려운 점에서 김치는 복지단체의 언제나 기부 품목 1순위에 올라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혼자 사는 남자 어르신의 경우 김장을 특히 어려워한다. 나이드신 할머니도 힘에 부쳐 겨울에 김장하기를 어려워 하신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지 수혜자의 경우 받는 처지에 좋고 싫음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김치를 싫어한다고 하면 매국노 소리를 들을까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이런 경향에서 김장은 연말 기부·봉사의 정설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연말 나눔문화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획일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우리나라에서 김장김치는 겨울철 필수 음식이긴 하지만 먹거리 나눔의 절대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김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나눔 봉사가 김장에 집중되다 보니 선택의 여지도 사라졌다. 김치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다. 복지 수요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 자체가 어렵고 개인의 호불호를 일일이 파악하기도 어렵기도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인식은 개연성이 충분한 만큼 연말에 굳이 김장을 고집하기 보단 다양한 수요층, 먹거리 수요 품목을 파악해 기부·봉사를 다양화할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역의 한 복지센터 관계자는 “기부를 받는 수요층의 가구원이 과거 노인세대에서 지금은 다문화가정이나 젊은 세대들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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