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류인석

코레일이 내년부터 서대전역~용산역을 오가는 KTX 열차 4편을 없애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용객이 적다는 게 이유로 단순논리로는 맞다. 그러나 철도는 영리나 이윤을 떠나 국민을 위한 국가운송시설이다. 버스나 택시처럼 단순하게 돈벌이 수단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물론 경제성도 외면할 수 없지만, 철도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공개념적 의미가 더 크다. 때로는 적자가 나더라도 공공성이 우선돼야 한다.

서대전역을 기준으로 호남선 철도를 이용하는 각 역별 수송자원(인구) 규모는 예나 크게 변동이 없다. 코레일이 지금에 와서 굳이 서대전역의 경제성을 따진다면, 오송~공주~익산으로 연결된 호남선 고속철도 신설 타당성조사부터 무리였다. 개량하고 직선화해 기존 철로를 그대로 사용하면 됐다. 툭하면 휴·파업 등의 방만한 운영으로 누적된 천문학적 적자를 짊어지고, 이제 와서 그게 모두 서대전역 책임처럼 경제성 운운하는 것은 대전을 얕잡아보는 현 정부의 편향적 시각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

철도가 정치논리에 춤추면서 서대전역 KTX 감편 논란도 대전권 정치세력이 호남권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란 여론이 회자된 지 이미 오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국무총리를 만나 호남선 KTX 노선 직선화 및 요금 인하를 논의했다고 하니, 대전지역 국회의원들과 대조적이다. 서대전역 역세권이 공동화(空洞化)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피안(彼岸)의 등불인 양 쳐다보고만 있다. 실리야 챙기든 못 챙기든 그래도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소속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만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라는 게 시민 여론이다.

대전시는 더욱 책임이 크다. 지난 4월 코레일은 이미 서대전역 KTX 감편계획을 대전시에 예고하면서, 서대전역 주변 정비와 연계교통망 확충 등 서대전역 이용 인구 유인대책을 요구했지만 대전시는 무관심했다. 무관심보다는 아예 판단이 무능했다. 시장은 당연히 미래의 대전 시세(市勢)를 예측하는 안목과 지혜를 가졌어야 한다. 대전시는 현재 대전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의 시세보다는 서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중구 일부, 서구·유성구를 포함한 신시가지가 광활하게 확장되고 있다. 누가 판단해도 서대전역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대전시는 서대전역 KTX 감편 예고를 받고도 거의 반년 간이나 방치했다. 코레일은 대전시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지난 10월 서대전역 KTX 4편 감차 실행계획을 통보했다. 대전시는 지난 11월 말에서야 뒤늦게 코레일에 공문을 보내 서대전역 ‘KTX 감편계획 철회’를 요청하면서 ‘셔틀버스 운행’, ‘효(孝) 관광 상품 개발’, ‘서대전역 환승 주차 요금 감면 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면 철도 이용객을 늘릴 수 있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오송~공주~익산 간 신설 호남선 KTX 철로가 개통되기 전에 서대전역을 통과하던 고속열차는 하루에 62편이었다. 또 하루 이용객도 5000여 명으로 호남선 철로 역중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2015년 철도청이 오송~공주~익산 간 고속철로를 새로 건설, 개통하면서 서대전역 경유 고속열차는 하루 16편으로 줄었다. 때문에 주변 상가는 물론 역세권이 침체되면서 대전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코레일은 마지못해 서대전역~용산역 간 KTX 열차 4편을 증차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그 4편마저 없애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대전역의 역할은 충청권과 호남권을 잇는 통로다. 이 때문에 서대전역이 쪼그라들면 대전시민의 약 30%를 차지하는 호남 출신 출향인사들도 불편을 겪게 된다. 코레일이 기존 호남선 철도와 별도로 국민 혈세를 퍼부어 KTX 노선을 따로 건설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러고도 서대전역의 경제성을 탓하고 있다. 서대전역 역세권의 성쇠(盛衰)는 대전 시세(市勢)와 직결된다. 시민들의 표를 먹고사는 국회의원들도 나서고, 대전시장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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