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로 공개된 초·중·고교 감사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시험지 유출은 물론 학생부 조작까지 배움의 터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 공교육이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반성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일대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육부가 이날 전국 교육청의 감사결과를 집계한 결과 1만 392개교에서 3만 건이 넘는 지적사항이 나왔다. 학교 당 평균 3건에 달하는 수치다. 직접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있는 예산·회계분야(1만 5021건·48.1%)와 인사 복무(4698건·16.9%)가 대다수를 차지했다지만 학생부(2348건·7.5%)와 학생평가(1703건·5.5%) 등에서의 부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숙명여고와 같이 시험지를 유출한 사례가 12개교에서 13건이 적발됐다. 또한 시험문제를 부실하게 출제했고 학업성적을 부실하게 관리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학생들의 성적관리가 엉터리로 이뤄진 것이다.
학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 기재한 사례가 14개 중·고교에서 15건이나 적발된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무단으로 지각하거나 결석한 학생에게 버젓이 개근상을 주었다고 학생부에 기재했다. 학생부는 대입 전형에서 핵심 요소로 쓰이는데 이를 조작했다고 하니 학부모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감사결과가 그동안 일부만 공개되고 쉬쉬해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이미 많은 학교에서 시험지가 유출되고 성적과 학생부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공개하고 시정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부는 이날 후속 대책으로 숙명여고처럼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부모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 자녀가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고교 상피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시험지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보안 점검을 강화하고 학생부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셀프 학생부’도 근절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학부모들의 불신을 얼마나 해소시킬지 의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당장 내신이나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이를 근거로 대입전형의 기준을 삼는다는 것은 문제이다. 학생부 위주의 수시를 대폭 줄이고 비교적 공정성을 갖고 있는 수능위주의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이번 감사결과를 우리 공교육이 일대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직원들의 자질향상은 물론 학교운영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파악해 적폐청산 차원에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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