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지난 10월 1일 “공공의료 강화로 필수의료서비스 지역격차를 없앤다”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필수의료서비스를 고르게 보장받도록 권역 및 지역별로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지방의료원 등의 지원예산을 약 2배로 늘리는 등 공공의료발전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과 공공의료영역을 취약계층을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립공공의대를 설립하여 공공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로 한 것은 실질적인 공공의료의 발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은 국민들의 공공의료에 대한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의료 정책실현을 위해 공공병원을 어떻게 확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기존의 민간병원을 포함한 공공의료 정책기조에서 한걸음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의료기관은 공익적 성격을 지닌 공익법인이기에 민간의료기관도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해 실행해야 하는 공공의료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발상은 책상머리에서나 나올 수 있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 병상수가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세계적으로도 공공병원에 대한 정책이 미흡한 나라이다. 공공병원은 필수의료 제공에 있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병원이 되기 때문에 일정 비중을 차지하도록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전을 비롯한 부산, 울산, 화성 등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의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도 이러한 지역민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종합대책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종합대책인지 묻고 싶다. 또한 공공병원 확충과 함께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공공병원의 불가피한 적자를 평가하여 경영을 지원하는 정책방안도 시급한데 이에 대해서도 정책적 고려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국민들은 공공기관으로서 공공병원이 주변 민간병원에 비해 차별화된 공공의료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왜? 공공병원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없었다.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내용도 미흡했다. 이렇게 해서는 취약지 및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보호라는 의료안전망으로서 필수의료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공공병원 확충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의료 기능 강화라는 중장기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및 기능 강화 전략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이렇듯 제대로 된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행기관인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대전은 대전의료원 설립을 추진하여 현재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검토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대전은 병상과잉지역이고, 공공의료에 대한 법적 개념도 확대되었으니 공공보건의료 기능을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면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다. 기존의 몇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도 통제하지 못한 정부가 어떻게 민간의료기관을 통제하겠다고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 안 되니 민간기관에게 맡겨보자는 것인가? 손발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손발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손발을 가져다 쓰자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무엇보다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실현은 공공의료기관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대전의 경우처럼 지방정부가 공공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시의회에서도 예비타당성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재인정부는 이러한 대전시민의 염원을 받아 분명하게 대전의료원 설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공병원 확충만이 공공보건의료 발전의 길임을 밝혀야 할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사회경제적 처지가 불우하다는 이유와 벽 오지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필수의료를 제공받지 못해 심각한 건강불평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충분히 예방 가능한 감염병과 만성질환의 합병증 발생이 세계적으로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료 전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루빨리 이러한 국민 목소리를 반영해 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제대로 된 공공의료 전략과 기본계획이 수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샬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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