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수험생의 안타까운 비극 … 교외체험학습 뭐길래
무방비 상태 고3 교실 … “수능 후 교육 프로그램 마련 절실”

수능이 끝나면 늘 그랬듯 공백기에 놓이는 고3 교실의 현실이 결국 안타까운 참사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10명의 고교생이 사상한 사고가 그렇다. 특히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교육현장에서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6면

교외체험학습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현장 견학, 답사, 문화체험 등 학교 밖에서 다양한 학습을 경험하라는 취지로 도입됐다. 교외체험학습은 통상 학생이나 학부모가 신청하면 학교장 허가를 통해 이뤄지고 이후 학생이 학교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현장에선 교외체험학습의 명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청에서 매년 일선 학교에 안내하는 현장체험학습 추진계획 이외엔 출석일수 인정, 동반가족의 범위 등을 학교장이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학교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통일된 기준이 없는 탓에 어떤 학교는 깐깐한 반면, 어떤 학교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특히 교외체험학습은 학칙 범위 내에서 20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는데 가족 여행, 시골 친척 방문, 친척 애경사 참석에도 활용할 수 있는 까닭에 일부 학생들이 이를 이용, 일탈의 기회로 볼 정도다. 대전 A 고교에 재학 중인 이 모(19) 양은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보고서 낼 때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해야 해서 엄격한 편이지만 그런데도 친구들끼리 모여 놀러갈 방법을 궁리하는 애들이 많다”며 “어떤 반 친구는 부모님 없이 놀러갔다 온 뒤 옛날 사진을 보고서와 함께 제출하다 걸린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더 큰 문제는 수능이 끝나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황에 놓이는 고3 교실이다. 굵직한 입시 일정 속 이 맘때 고3 교실에선 수능이 끝났다는 후련함,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에 잔뜩 부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수업이 어렵다. 여기에 교실에서 시간만 때우느니 등교를 피하고자 교외체험학습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줄잇기라도 하면 사후 관리밖에 할 수 없는 처지인 학교와 교사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교외체험학습을 막진 않더라도 최소한 학생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수능 이후 교육 프로그램의 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대전 B 고교 교사는 “교외체험학습 취지는 좋으나 교사가 동행하지 않아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기 어렵다”며 “특히 기말고사로 바쁜 1~2학년과 달리 3학년은 원활한 학사 운영이 어려워 수능 이후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답답해했다.

19일 교육부가 강릉 사고와 관련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교외체험학습 자제와 고3 학생 학사 관리 상태 점검을 요청한 가운데 지역 교육당국도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관내 교(원)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교에서도 학사 일정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와 함께 학생 안전 지도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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