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시인, 전 대전문인협회장

문희봉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마음의 세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행복도, 불행도 마음에서 나옵니다. 사랑도, 미움도 마음에서 나옵니다.

어떠한 일이든, 정이 결여되면 심한 환부를 남깁니다. 동물을 키우며 사랑을 배웠던 사람들이 마음의 씨앗을 아름답게 키울 수 있는 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뉘 집인가 불이 환히 켜진 방안에선 다듬이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어떤 여인의 아름다운 정이 거기에서 흐르고 있음을 봅니다. 고운 정 말입니다. 정은 마음의 향기입니다. 세월을 엮어내는 가슴 앞에 백목련 송이마다 그리운 얼굴, 흩날리는 눈발마다 쏟아지는 향수, 다 깊숙이 타고 있는 정의 흐름이 있습니다.

나는 자주 산에 오릅니다. 그때마다 깊이깊이 느끼는 게 있습니다. ‘인생은 모(角)가 나면 얻어맞기 마련이요, 정에 치우치면 배신당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인생이란 둥글둥글 아름다운 존재로 남아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몸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잘 쓰는 것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인생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몸보다는 마음을 더욱 잘 쓰는 사람들입니다. 마음을 잘 쓰면 복을 받고, 마음을 잘못 쓰면 화가 찾아옵니다. 마음을 경영하는 것이 자신을 경영하는 것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자신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매일매일의 시간을 명상에 할애하다 보면 마음은 시냇물과 같아집니다. 더러워졌던 마음이 깨끗해집니다.
마음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을 다스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의 온도를 잘 조절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마음이 차가워질 때 우리는 교만해지고, 완악해집니다. 마음이 차가워질 때 사랑이 식습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사라집니다. 쉽게 남을 비판하고 정죄하게 됩니다. 마음이 차가워지면 우주의 기운이 약해집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게 됩니다.

마음은 따뜻하고 부드러울수록 좋습니다. 사람들은 가슴이 따스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따스한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저녁 때 살구나무 위로 달 뜨는 것만 봐도 정을 담뿍담뿍 담아냅니다.

따뜻한 사람은 친절합니다. 따뜻한 사람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합니다. 만물은 따뜻한 기운 아래 소생합니다. 조물주는 그래서 우리에게 봄이란 계절을 주었습니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습니다. 적당한 수초와 그늘이 있어야 고기들이 모여듭니다.

지나치게 비판적인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비판적인 사람은 그 마음이 차갑기 때문입니다. 자기밖에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요섭은 말했습니다. ‘정, 그것은 일류 최고 과학을 초월하는 생의 향기’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비판은 삼가야 하지만 분별력은 갖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분별력은 아주 중요합니다. 지혜는 분별력입니다. 선택하고 결단할 때 중요한 것은 분별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냉철한 머리로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은 따뜻해야 하지만 머리는 차가워야 합니다. 머리가 뜨거우면 분별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분별은 차가운 머리로 해야 하지만, 사람을 품는 것은 따뜻한 가슴으로 해야 합니다.

자신의 둥지에 아름다운 착지를 위해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무서리가 내린 강변에 어린 물새 한 마리 죽어 쓰러진 것을 보고 손수건에 싸서 양지쪽에 묻어주던 소녀가 생각납니다. 이듬해 봄에는 그 무덤에 찾아가 풀꽃을 심어주던 그 천사의 동심이 오늘 황량한 내 가슴에 강물로 출렁입니다. 나도 박꽃 향기처럼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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