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성탄 메시지

유흥식 교구장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라자로 주교)은 2018년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 “지금 한반도에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으로 존재하는 남북의 정상이 핵무기가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 이에 따른 약속들이 느리지만 차근차근 이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인내의 과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낭만적으로 평화에 접근해선 안 되고, 불신으로 가득찬 극단적 태도를 넘어 세상 안에서 이뤄야 하는 참 평화의 은총을 청해야 한다. 부디 우리 민족이 미움과 갈등, 단절을 넘어 하느님의 은총으로 평화를 이루는 행복한 사람들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라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눴다.

유 교구장은 “그 어느 해보다 간절히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게 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많은 불확실성이 우리 앞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번 성탄은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인 ‘강생(降生)’, 곧 우리를 사랑하시어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며 “우리 곁에 찾아오신 예수님은 자신을 가리켜 단순히 ‘빛’이라 하지 않고, ‘참빛’이라 하셨다. 예수님은 세상을 비추는 여러 빛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십자가의 죽음으로 죄의 어둠을 몰아내고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준 참빛”이라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빈익빈 부익부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물질적 가난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개인의 게으름과 타락으로 인한 가난은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약자들이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가난을 함께 아파하며, 하느님의 정의를 이루고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교구장은 “예수님은 가난에 대항해 사회혁명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그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병을 고쳐주며 하느님께로 이끄셨다. 우리도 가난하게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본받아 주변의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손을 잡아주고 품에 안아줘야 한다. 우리가 돈과 물질을 인생의 목표로 추구하는 욕망에서 벗어나 영적 가난을 살아가고,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또 다른 모습의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라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나눔을 당부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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