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채 35년만에 부이사관 승진
변해섭 대전시선관위 지도과장 화제

“제 인생에 있어 선거는 징검다리와 같습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온 정신을 집중해 왔고, 이제 2~3년 후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제가 지나온 징검다리를 되돌아 보겠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19년 1월 1일자 고위직 인사에서 부이사관(3급) 승진의 영예를 안은 변해섭(57) 대전시선관위 지도과장. 그는 1983년 총무처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35년 만에 3급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1년, 지금은 대청댐 수몰지역인 대전 대덕구 갈전동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변 과장은 삼호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산업현장(자동차 정비공장, 주유소, 제과점, 인쇄소, 봉제공장 등)에서 궂은일을 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주경야독으로 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한 그는 허리를 다쳐 18세에 디스크 수술을 받는 어려움을 겪었고, 또래 친구들보다 3년 늦게 동아공고(현 동아마이스터고) 건축과에 진학했다. 이후 건강상의 문제로 건설 분야가 아닌 공직으로 진로를 정한 그는 1983년 총무처 9급 공채시험에 합격, 이듬해 우정사업본부의 전신인 체신부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대전공대 전자계산학과(야간)를 졸업했고, 1990년 충남도선관위회로 전입하면서 선관위와 인연을 맺었다.

‘공직자란 누군가의 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란 신념으로 살아오면서 2005년 사무관(5급), 2012년 서기관(4급)으로 승진했고, 황금돼지의 해인 2019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부이사관에 오른 변 과장은 선관위에 한평생 종사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거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미래에 우리를 잘 살게, 행복하게 해줄 일꾼을 뽑는 것이기 때문인데, 선거가 끝나고 후보자들로부터 ‘선관위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해줘 큰 어려움 없이 선거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라는 감사의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충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변 과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사실 정치에 직접 참여해 보라는 주변의 유혹도 많지만 건강도 허락지 않고 그럴 생각은 없다”면서 “남은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싶다. 우리의 역사문화유산을 연구해 문화재를 보존·활용해 후손에게 계승하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민국역사문화진흥원에서 인생 후반부를 보낼까 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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