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들 또 죽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작업 중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정치권을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지난 24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대표를 차례로 만난 김 씨가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것이다.

김 씨는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 아들들이 또 죽는다”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김씨는 “나라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보다 낫겠지 하고 보냈는데 실제는 아니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의) 작업 현장을 보고 너무 놀랐고 처참했다”면서 “용균이는 억울하게 죽었다. 정부가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상을 모르는 국민이 너무 많다. 알았다면 누구도 그런 곳에 자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법안을 개정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26일 정부와도 다시 협의해 가능한 한 빨리 법 개정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씨에게 “우리 사회의 안전과 관련해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정치권이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런 문제를 일일이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면서 “법 전체를 개정하느냐, 부분 개정하느냐를 놓고 국회 안에서 입장이 조금씩 다르데, 안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우리 사회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