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교수

 
 

약 20일 동안 알에서 자란 병아리가 부화하기 직전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며 껍질을 쭉쭉 빨면 그 부위를 어미닭도 동시에 밖에서 쪼음으로써 병아리가 쉽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와 관련된 한자 숙어로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살려고 하는 자신의 의지와 이를 도와주려는 외부사람의 지원이 합쳐서 하나의 생명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흔히 줄탁동시라고 말할 경우에는 너와 내가 안팎에서 동시에 힘을 합하여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의미로 잘 쓰인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한 해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작년에는 4185명에서 올해에는 3000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OECD 가입국 중에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제까지 교통사고 감소대책의 대부분은 정부 주도로 단속이나 홍보 등 일방적인 정책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리고 올초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00명 이하로 하겠다는 강한 드라이브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교통전문가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많은 교통전문가들은 한 해 2000명 이하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통참여자인 운전자와 보행자의 자발적인 교통안전 참여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줄탁동시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교통사고 줄이기에 힘쓰는 줄탁동시가 이루지기 위해서 몇 가지 사항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우선 운전자나 보행자는 사고예방을 위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는 평상시 규정속도를 준수한다든지 신호를 준수하는 등 운전할 때에는 교통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보행자도 무턱대고 보행신호만 보고 횡단하지 말고 다가오는 차량을 살펴보고 건너가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둘째로 교통안전 정책 입안자는 교통참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규제나 단속 일변도에서 교통참여자와 소통과 참여를 통해 효율적인 교통사고 감소방안이나 제도를 기획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줄탁동시는 적절한 타이밍에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OECD 평균보다 높은 현 시점이 무엇보다도 줄탁동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국민이 실행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여 집행하여야 하고, 운전자나 보행자도 이를 적극 수용하여 우리나라가 보행안전 선진국이 되어 내년에는 보행자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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