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의 삶과 詩]

청천강에서 아버지를 보다
-김해화

묘향산 들렀다 평양 돌아오는 길
금성다리 건너는데
청천강 갱본에 트랙터 갖다 대고
짐칸에다 삽으로 모래 퍼 담는 인민들
노동자보다 더 시커먼 나보다 더 시커먼
벗은 등허리들
아버지들

그 여름 다 가도록 식구대로 나서서
모래 모았지
보성강 삼바끄미 갱본 야금야금 파 묵어
자갈 쳐내고 한 사흘이믄
도라꾸 한 대 채울 수 있었어

팔할은 어느 놈인가가 먹고
이할 먹으려고
새벽 일찍 모래 실러 가시더니

“빠꾸를 허다가 그냥 가슴을 턱 들이받더라.”
약값도 못 받고 이할도 못 받고
가슴 부여잡고 오신 아버지

모래도 어느 놈이 슬그머니 실어가서
그 억울함 평생 담으로 붙어 떨쳐내지 못하시고
끝내 폐암으로 무너지셨지

언제 월북하셨나
아버지 청천강 모래 싣고 계시네
임종하러 간 내게 밥은 묵었냐 유언하시더니
진지는 드셨을까
노동자보다 더 시커먼 나보다
더 시커먼 아버지 여윈 등허리


▶ 이 시에는 두 개의 강이 나옵니다. 청천강과 보성강이 그것입니다. 청천강은 북한 평안북도에 있는 강이고, 보성강은 남한 전라남도에 있는 강입니다.

시인은 지금 북한에 있는 묘향산에 갔다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청천강가에서 트랙터 짐칸에 모래를 퍼 담고 있는 북한 인민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려서 온 식구들이 나서서 보성강에서 모래를 퍼 담던 일을 떠올립니다.

모래 퍼 담는 일을 하다 아버지는 후진하는 트럭에 가슴을 받혀 결국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약값은 물론 모래값마저 못 받고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그 아버지가 임종 때 남긴 유언이 “밥은 묵었냐”입니다.

평생 배곯으며 몸뚱이 하나에 막노동으로 살아오신 아버지이기에 숨을 놓는 마지막 순간 아들을 보고 나온 말이 “밥은 묵었냐”인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오늘 북한 청천강가를 지나며 떠올립니다. 벌거벗고 일하는 북한 노동자와 남한의 노동자였던 아버지를 결합시켜 민족의 동질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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