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 '공익제보인가, 사익제보인가' 논란 가열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한 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KT&G 사장의 교체를 지시하고 적자 국채 발행을 논의했다고 폭로한 신재민(33·행정고시 57회) 전 지획재정부 사무관이 검찰에 고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신 전 사무관은 "공익 제보자가 숨어다니거나 사회에서 매장당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보수 야당들도 정부가 공익 제보자를 핍박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 전 사무관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공익 제보자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기획재정부는 2일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무원 신분으로 얻은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것이며 정부 정책 수행에도 혼란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해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사안을 처벌하지 않아 제2·제3의 신재민이 생기면 공무원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나 국정 수행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굉장히 우려돼 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행동이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 말고 다른 공무원이 일하며 회의감에 빠지는 게 없게 하고 싶어서 동영상을 찍고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공익신고자가 나로 인해 또 나왔으면 좋다. 고발당하고 법적 절차를 받고 사회적으로 안 좋게 되면 누가 용기를 내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신재민 전 사무관이 한 민간 온라인강의 업체에서 행정학 강사로 데뷔를 앞둔 시점이고, 그가 폭로 동영상 말미에 계좌번호를 남기며 후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이름값 끌어올리기' 또는 '사익 추구'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12월 29일 처음 공개한 폭로 영상에서 "기재부를 그만두고 공무원학원이랑 강의 계약을 했다. 강의하면 기재부를 왜 나왔는지 이야기를 강의 과정에서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학원에 소속돼 말을 하게 되면 학원에서도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며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안 하고 강의를 할 순 없었다. 기재부를 나온 이유는 기재부에서 겪은 일들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기도 했고, 전담 과목이 행정학이다 보니 행정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만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는 강의를 안 하면 먹고살 돈이 없어서 굶어 죽을 것 같아서 영상을 찍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폭로의 계기가 강의와 무관치 않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공익 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재단 이영기 이사장은 그의 폭로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규정한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서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으로 볼 때 이 정도를 공익적인 내부고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공익신고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신 전 사무관이 내용이나 형식에서 아직 공익신고자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 사무관의 폭로사태는 검찰 고발로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됐다.
  신 사무관이 선의의 폭로를 한 공익제보자인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벌어진 돌발행동인지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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