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폭로 사태에 여야 대치정국
靑 KT&G 사장 교체 외압, 기재부 적자채권 의혹 파장

신재민 前 기획재정부 사무관

대전에 본사를 둔 KT&G, 정부세종청사에 자리한 기획재정부와 관련된 전직 공무원의 폭로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신재민(33)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최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 교체를 시도했고, 기재부에 4조 원대의 적자국채(국가가 일반회계의 적자를 메우려고 발행하는 공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도 기재부가 2017년 11월 1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바이백)을 갑자기 취소했고,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하는 등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기재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은 3일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관여와 적자국채 발행 강요’,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폭로한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특검을 도입하려면 바른미래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판단, 양당 공조에 공들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그러면서 ‘공익신고 제도’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당정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에는 ‘공익신고’, 불리한 내용에는 ‘공무상 비밀 누설’이란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대전 대덕구)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고영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폭로한 전 더블루K 이사)는 의인이고, 김태우와 신재민은 범죄자인가? 고영태가 의인이면 신재민도 의인이고 공익제보자”라며 “위선적인 이중잣대를 버리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에 (당정도) 동참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한국당의 공세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태우에서 신재민으로’라는 글을 올려 “국회 운영위원회를 보셨겠지만 알맹이 없는 폭로에 의존하던 자한당이 패퇴를 당한 후 신재민으로 다시 이슈몰이를 하려는 느낌이다. 신재민, 이 사람이 엊그제는 KT&G, 이제는 적자국채로 말을 바꿔 타고 있다. 이에 맞춰 자한당도 김태우에서 신재민으로, 단 이틀을 버티는 이슈가 없다. 그만큼 폭로의 깊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채 발행 강요? 직업공무원이 내심 반대하면 다 강요인가? 정무적 판단이 있으면 안 되나? 정책에 정무적 판단을 못하게 하려면 차라리 관료국가를 만들면 된다. 누가 선거에서 주권자의 판단을 받나? 대통령을 장식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를 하는 건 아니다. 김태우·신재민에게 휘청거리는 정권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그들의 말을 충실히 기사화하는 언론에 정권이 흔들리는 것이다. 진정 나라를 이렇게 만들고 싶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2012년 제5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2014년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국고국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사직한 신 전 사무관은 배후에 어떠한 집단이나 정치세력도 없고, 오직 자신의 신념에 따라 폭로한 것임을 강조했는데, 짧은 공직생활을 마감한 신 전 사무관은 고시학원가에서 강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이번 폭로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 전 사무관은 3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내고, 유서를 남긴 후 잠적했다가 반나절 만에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상태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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