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진유정 대전상지초 교사

매일 텅 빈 교실에 앉아 주륵주륵 울던 시기가 있었다. 혼자 엉엉 울고 있으면 옆반 선생님이 우리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얄밉게 놀려대곤 했다. 그만 놀리라고 웃으며 소리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내 교직인생의 첫 5년을 보낸 내 첫 번째 학교에서 새로운 학교로 옮겨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고 또 두려웠다. 그곳의 선생님들도 이곳의 선생님들처럼 날 따뜻하게 받아주실까. 이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만큼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곳도 이곳처럼 즐거운 곳일까, 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12월부터 시작된 나의 걱정은 1월을 지나 2월까지 계속됐고, 심지어 교장실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교장선생님께서 당황하시며 티슈를 건네주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새로운 학교에 발령 받은 나는 누가 그렇게 울었냐는 듯 순식간에 적응을 마쳤다. 선생님들은 모두들 따뜻하게 날 맞아 주셨고, 새로 만난 아이들 역시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으며, 우울할 틈 없이 즐거운 날들이었다. 아침 조회 시간에 울려 퍼지는 교가가 아직 조금 낯설다는 것 외에 새로운 학교에 대한 낯섦은 남아있지 않았다. 예전 학교 선생님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고, 새로운 학교 선생님들은 내가 3개월이나 울다 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작년 이맘 때에는 대전 영어교육 심화연수를 받을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게 됐다. 이 연수는 그동안 꿈꾸던 영어 교과 담임으로 근무하기 위한 열쇠와 같은 기회였다. 하지만 연수가 시작되기 전, 나는 또 걱정에 휩싸였다. 새로 만나는 선생님들이랑 어색하면 어떡하지. 100% 영어로 이뤄지는 연수라는데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연수가 6개월이나 진행된다는데, 내가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이 다시 날 찾아왔다. 연수가 시작되기 전 날에는 심지어 내가 무슨 큰 행복을 누리겠다고 이 연수를 신청했는지 모르겠다며 친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역시나 의미 없는 걱정이었다. 나는 또 빠른 속도로 적응을 마쳤고, 6개월의 연수가 끝나는 날 그렇게도 아쉬워 연수원에서 퇴근도 못하고 몇 시간이나 사진을 찍었다.

늘 그랬다. 변화는 늘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마주해 보면 또 별 거 아닌 것이 변화였고, 시작이었다. 2018년도 그랬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 시작했고 때때로 고민되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즐거운 일이 더 많은 한 해였다. 2018년을 보내고 2019년의 시작을 맞이하는 지금, 내 머릿속에는 또 다시 걱정이 한가득이다. 내년에는 몇 학년을 맡게 될지, 다시 영어 교과 담임을 하게 될지 아니면 학급 담임을 맡게 될지. 어떤 아이들을 만날지. 업무는 또 무엇일지. 잘 해낼 수 있을지.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반복되는 이 걱정들을 막을 길이 없다. 차라리 빨리 시작해 버리고 싶다. 내년에는 또는 다음 학기에는 걱정보다 설렘을 안고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내가 되길. 이렇게 2019년 신년 목표를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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