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 주워 판돈, 비닐봉투 판매수익금 ···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담근 김치. 매월5만원의 성금을 이웃과 나눠

유천2동에 이웃나눔을 전달한 이일남 씨, 유재분 씨, 유천2동 박희규동장, 박계자 씨, 김현숙 씨(왼쪽부터). 중구 제공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더디다는 소식도 무색하다. 수양버들 늘어진 강변마을(柳川)이라는 유래처럼 오래된 역사를 가진 유천2동에는 새해를 맞이해 훈훈한 이웃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중구에 따르면 유천동에서 30년 넘게 미용실을 운영하며, 2013년부터 소일거리 삼아 동네 파지를 주워 팔고 그 수익금을 기탁해온 박계자(67·여)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파지 판 돈 20여만 원을 기탁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재능기부도 시작했다.

매월 1번씩 몸이 불편해 거동이 어려운 노인 가정을 방문해 솜씨좋게 머리를 다듬어주며 36명의 노인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냈다. 미용실을 운영하며 이웃돕기 성금을 위한 파지를 줍고 미용봉사까지 해내는 박계자 씨의 바쁜 선행은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주택가 한 켠에서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25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아온 팔천슈퍼 대표 김현숙(60·여) 씨는 유천2동 복지만두레에서 매월 저소득 가정에 불고기를 만들어 나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나눔을 함께하기 위해 장당 20원에 판매하는 비닐봉투 수익금을 차곡차곡 모은 돈 20만 원을 새해를 맞이해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수익금은 김 씨의 바람대로 불고기 밑반찬 재료비로 쓰일 예정이다.

겨울만 되면 이웃에게 전달될 김장김치가 다양한 경로로 행정복지센터로 전달되는데, 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김치가 있다.

태평시장 인근에서 채소와 잡곡 등을 파는 노점을 운영하면서 시간을 내어 배추부터 무, 고추, 마늘 등 김치 양념에 들어가는 모든 채소를 직접 농사지어 100㎏의 김장김치를 담가 10가정에 나눈 유재분(63·여) 씨. 지난해부터 나눠오고 있는 유 씨의 김치는 그 맛과 정성으로 행정복지센터에서 김장을 전달받는 가정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또 유천2동엔 2015년 10월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월 5만원이 들어있는 흰 봉투를 행정복지센터에 조용히 전달하는 주민이 있다. 주인공은 이일남(76) 씨. 유천시장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보며 시작한 나눔은 지금까지 38번, 190만 원이 됐다. 그동안 행정복지센터에선 이 기탁금을 모자가정에 소중히 전달했다.

네 명은 모두 본인의 선행이 큰 것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겨울이 더욱 춥게만 느껴질 우리 어려운 이웃들이 편히 겨울을 나기만을 바란다”는 박계자 씨와 “새해부터는 비닐봉투를 판매할 수 없으니 어떤 방법으로 이웃돕기를 해야할까요”라며 웃는 김현숙 씨. 김치를 원하는 가정이 많아 다음에는 좀 더 많은 김치를 담가야 하는 고민에 빠진 유재분 씨. 이웃나눔 성금을 더 많이 내고 싶은데

형편상 그럴 수가 없어 안타까워하는 이일남 씨는 항상 어려운 이웃들 생각뿐이다.
박희규 유천2동장은 “나눔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하는 선한 의지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만의 행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나눔을 행해주시는 우리 주민들이 정말로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나눔이 필요한 주민과 나눔을 하고 자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복지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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