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개원 후 37년 함께한 장영숙 씨 퇴임

“행복했습니다…. 고맙기도 하고요.”

2018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을지대병원에서는 특별한 퇴임식이 있었고 누군가는 작게나마 눈물을 훔쳤다. 퇴임식의 주인공은 의료인이 아닌 을지대병원의 모든 식사를 책임지는 영양팀의 장영숙(72·여·사진) 조리사다. 그의 퇴임식이 특별한 건 그가 을지대병원의 역사 그 자체여서다.

장 조리사와 을지대병원과의 인연은 지난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을지대병원이 대전을지병원이란 이름으로 중구 목동에 처음 터를 잡았을 당시 장 조리사는 35세의 나이로 을지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그새 37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고 인연의 끝은 벌써 다가왔다.

“37년간 매일같이 출근했던 곳인데 퇴직한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지 않네요. 많이 허전하겠지만 제 삶의 커다란 일부였던 을지대병원에서의 추억을 늘 간직하겠습니다.”

을지대병원의 모든 직원들은 안다. 장 조리사는 참 성실한 사람이란 걸. 그래서 그의 퇴임식에 아쉬워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항상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조리실 곳곳을 살피며 할 일을 찾았고 내 식구가 먹을 밥 한 끼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늘 정성을 기울였다고. 특히 개원 초창기에는 조리일 뿐 아니라 김치와 된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근 후 장독대 관리까지 도맡았단다.

그만큼 그의 손맛은 좋기로 원내에서 자자했다. 좋은 재료에 그의 손맛까지 더해지니 을지대병원의 음식은 일품요리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삼시세끼를 모두 병원에서 해결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직원과 환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늘 감사했습니다. 특히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던 환자가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나 뿌듯했어요.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일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김하용 을지대병원장은 퇴임식에서 장 조리사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뒤 “그동안 헌신해 주신 것을 저희는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 을지대병원과 을지가족이 장 조리사의 새로운 내일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