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없는 해방은 시리도록 아프다’
고산지 장편 서사시 출간

 
 
장편 서사시 ‘독립 없는 해방은 시리도록 아프다’를 출간한 고산지 선생. 최 일 기자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벽두,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금강일보에 ‘고산지의 연자수필(戀子隨筆)’을 연재하는 고산지(高山芝, 본명 고영표·高永表) 선생(시인 및 칼럼니스트)이 장편 서사시 ‘독립 없는 해방은 시리도록 아프다’(Liberation without Independence Left Painful Sores, 도서출판 배문사)를 펴내 8·15 광복 이후 3년간 대한민국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 굴곡진 이 땅의 역사를 되짚은 것이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1945년 8월 15일(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날)부터 1948년 5월 31일(제헌국회 개원일)까지의 정치적 상황을 사실에 입각해 기술한 역사서로 ▲해방전야(解放前夜) ▲건국준비위원회 ▲군정(軍政)의 시작 1·2·3·4 ▲고하 송진우의 암살 ▲신탁통치 반대 ▲미소(美蘇)공동위원회 ▲냉전은 이미 시작되었고 ▲유엔(UN) 한국임시위원단 등으로 구성돼 있어 해방정국을 일람(一覽)할 수 있다. 또한 전체 내용을 이기태 번역시인이 영역(英譯)을 해놓아 국제적 저작으로서의 모습을 띠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建國)은 하나님의 역사였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된 대부분의 신생국이 소련의 영향을 받아 공산화됐지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임을 강조한다.

‘해방의 자유가/ 독립이 아닌데도/ 자유에 도취된 수많은 사람들/ 소견대로 말하고 소견대로 행동했네/ 하나님의 크신 은혜 망각한 사람들/ 제 힘으로 된 줄 알고 마음대로 행동했네/ 땀 흘려 씨 부리며 기경(起耕)해야 했는데/ 좌우로 갈라져 서로를 비방했네/ 연합하여 하나 된 거룩한 빛으로/ 동방의 등불을 밝혀야 했는데/ 이념의 벽 넘지 못해/ 남북으로 갈라졌네.’

저자는 “해방은 곧 독립이 아니었다”라고 적시한다. 독립을 이루지 못한 해방 공간은 냉전의 전초기지가 됐기 때문이다. 정제(精製) 되지 않은 자유는 서로를 아프게 했고, 독립 없는 해방은 우리 민족에게 국토의 분단이란 시린 아픔을 줬다. 열강의 틈바구니에 낀 혼돈 속에서도 우리는 국민이 주인 된 나라를 한반도에 탄생시켰고, 이는 하나님의 은혜이자 하나님의 역사임을 시인은 노래한다.

1950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한 고산지 선생은 1979년 첫 시집 ‘비비고 입 맞추어도 끝남이 없는 그리움’을 시작으로 ‘짠한 당신’(2007), ‘상선약수마을’(2017), ‘거리’(2018)와 차명(借名)의 세월 첫 번째 이야기 ‘안개속’(2010), 차명의 세월 두 번째 이야기 ‘연단(鍊鍛)’(2011), 화월당(花月堂) 박혜남 여사 미수(米壽) 기념 헌정문집 ‘규중보람(閨中寶覽), 규중간독(閨中簡讀)’(2015), 무계 고영완 일대기 ‘계곡의 안개처럼 살다’(2017) 등을 저술했고, 현재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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